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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 재한화교인의 자존심 우매령 작가의 '추앙관동'

화교출신 1호 한국문인협회 회원, 섬세한 감성 돋보이는 秀作

 

 

 

 

◆우매령 작가는 4살 때 산둥성에서 건너온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1971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한국방송통신대 중문과(학사)를 졸업하고, 중국 광저우 기남대학교 한어국제교육학과(석사)를 졸업했다. 2013년 계간지 ‘창작수필’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정도일보 김현섭 기자] '아버지와 탕후루'의 우매령 작가가 7년만에 새로운 산문집 '추앙관동(명성서림. 15000원)'을 출간했다.

 

우매령(于梅玲·52) 작가는 화교출신 1호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앞서 ‘아버지와 탕후루’는 생전 아버님이 즐겨드셨다는 북방지역 간식 탕후루와 대한민국 화교로서 자라며 느껴야 했던 어린시절 추억과 부모 세대의 기억 등 지난 시절 화교 사회의 생활상을 담아 세종문학 나눔선정(우수 도서)에 올랐다. 그런 그가 이번 '추앙관동'에서는 재한화교의 또 다른 유입 루트 등 뒤늦게 자신의 뿌리 찾기에 나넜다. 물론 서정적인 문체와 다듬어진 문장력를 곁들여 삶의 애환을 담백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냈다.
  
책은 모두 37개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1장 '그 냇물은 흘러서 어디로 갈까'에서는 '나 자신을 이기는 방법'으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마음을 제시하면서, 이웃집에 살았던 '숙희 엄마'의 쓸쓸한 죽음,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다락방에서 만났던 샘터와 최인호 작가를 통한 작가로의 꿈, 1995년 딱 한 번 만났던 운명적인 만남의 그녀 등이 담겨있다.

 

2장 '추앙관동'에서는 '재한화교'와 '조선족 동포'의 차이를, 작가의 글쓰기적 이해도가 돋보이는 '수미상관',  중국의 단오절 풍습과 미신, 마라탕의 향신료 화쟈오, 자연환경과 텀블러 그리고 추앙관동의 역사적 의미를 고찰했다. 

 

한국에서 화교 사회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건 1882년 임오군란 이후부터이다. 청나라와 정기 여객선이 개통되면서 주로 산둥반도의 중국인들이 유입됐다. 하지만 작가는 취재를 통해 산둥→한국의 루트 이외에 중국인들의 또 다른 이주 루트를 본문에서 밝히고 있다. 중국의 동북 지역인 지린·랴오닝·헤이룽장성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화교 이주 루트를 '자신의 뿌리찾기' 과정에서 찾아냈다. 즉 17세기부터 정치적인 목적이나 경제적 이유에서 산해관을 넘어 동북 지역으로 향한 장구한 이주 행렬이 추앙관동이다. 재한 화교 가운데 조적(祖籍·선조의 거주지)이 동북 지역인 이들의 존재가 추앙관동 루트의 증거이다. 

 

3장 '우리는 시대의 손님이고 주인이다'에서는 커피솝의 가성비, 요리하는 중국인 남자, 당신도 다문화 가정의 후손일 수 있다 등 4~50대를 보내는 여성의 심미안적 관점과 이웃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작가의 생각을 담았다. 

 

지난 2016년 우 작가는 아버지와 탕후루 출판 기념회에서 “앞으로 미약한 힘이나마 문인으로서 한중교류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그 바램을 담은 책 '추앙관동'을 출간했다. 필자는 추앙관동을 읽으면서 '한국인'인 필자와 '재한화교'인 우매령 작가와의 문화적, 정서적 차이점을 찾지 못했다. 그저 수원에서 출생해서 동시대를 살았던 50대 여성의 섬세한 작가적 소양만을 느꼈을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한화교'에 대한 국민(독자)들의 선입관도 사라지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