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준 칼럼]
“내가 원하는 건 성공이 아니라, 생존이다.”
한 청년의 SNS 글귀가 오늘날 청년들의 현실을 대변한다. 주거, 일자리, 정치적 대표성, 복지 사각지대 등 삶의 전반에서 청년들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들은 더 이상 미래를 꿈꾸기보다 현재를 버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0대 청년의 주거비 부담률은 평균 소득의 35%를 초과하고, 비정규직 비율은 45%에 달한다. 청년층 정치참여율은 60%를 넘지 못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은 전체의 30% 이상으로 추산된다.
역대 정부는 저마다 청년정책을 내세워왔지만, 대다수가 현금성 지원과 단기 처방에 머물렀다. 노무현 정부의 청년인턴제, 이명박 정부의 마이스터고 육성, 박근혜 정부의 청년희망펀드, 문재인 정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등은 일자리의 양적 확대보다 ‘지원’ 중심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 역시 청년 도약장려금과 고졸청년 직장적응 지원 등을 내놓았지만,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지원책이 아니라 견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새 정부는 청년 고용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실천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산업-교육 연계 강화와 현장 중심 취업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독일식 듀얼시스템과 핀란드의 현장 실습 모델을 참고해,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산업과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축하고, 중소기업 연계형 직업훈련을 확대해야 한다. 참여 기업에는 세제 혜택과 성과연계 보조금을 지원해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청년고용 전담 부처 신설과 정책 일원화가 필요하다. 현재 청년정책은 교육부, 고용부, 국토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협업과 일관성이 부족하다. 청년고용부(가칭)를 신설해 정책 설계-집행-평가까지 통합 관리하고, 청년 대표성과 민간 전문가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을 예방하고, 청년고용 로드맵을 법제화해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해야 한다.
셋째, 저소득·비진학·지방 청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직업훈련과 지역 정착형 일자리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RISE(지방대-산업-지자체) 모델과 글로컬 대학 프로그램을 연계해 지역에서 배우고 일하며 정착할 수 있는 패키지형 지원을 마련하고, 정착금, 주거지원 등 실질적 혜택을 연계해야 한다. 현장 멘토링과 지역 커뮤니티 기반 지원도 병행해 참여율과 지속성을 높여야 한다.
넷째,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과 성과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청년창업 및 중소기업 혁신에 재정을 투자해 일자리 창출 기반을 넓히고, 국세-지방세 조정, 청년고용기금 신설 등으로 안정적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성과지표(취업 지속률, 정착률, 일자리 질 등)를 개발하고 관리 체계를 투명하게 운영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청년정책에 청년들의 참여와 현장 피드백을 반영해야 한다. 청년의회, 청년정책참여단 등 공식 채널을 활성화해 청년들의 의견을 정책 설계와 집행에 반영하고, 청년고용 서포터즈 등 현장 중심 피드백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청년을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의 설계자이자 주체로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직자들의 철학과 책임 의식이 중요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가 없이는 선언적 공약이 실행될 수 없다. 소명의식이 없다면 그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청년고용정책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청년을 설계자로 키우는 국가의 약속이 되어야 한다.
복지는 선택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이며, 일자리는 미래를 설계하는 디딤돌이다. 견인책을 통해 청년의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길을 설계할 때다.
※김한준 박사(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는 교육·경영·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정도일보에 매 주 1편 이상의 칼럼을 게재한다.(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