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는 2년 동안 어린 두 자녀의 죽음에 이어 사랑하는 아내마저 콜레라로 사망하는 비극을 겪었다. 그는 삶의 의지를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작곡한 두 번째 오페라는 개막 당일 밤에 막을 내리는 참담한 실패작이었다. 이 복합적인 트라우마가 심각한 우울증으로 이어졌고, 암울한 운명이 그를 거친 성격자로 고착시켰다. 자신의 존재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점차 은둔자가 되어 삼류소설이나 읽으며 곡을 한 편도 쓰지 않았다. 작곡을 포기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극장의 감독이 새로운 오페라 '나부코'의 대본을 그의 주머니에 찔러 넣었을 때, 베르디는 혐오감에 차서 '거의 폭력적인 몸짓으로' 탁자 위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내던져진 대본 두루마리가 펼쳐졌을때, 그는 자신 앞에 펼쳐진 페이지를 바라보다가 어느 한 문장에 눈길이 먼췄다.
'날아라 생각이여, 금빛 날개를 달고.'(Va pensiero sul'al alidorati.) 바빌론에 잡혀 간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시작되는 그 귀절이 그의 마음을 뜨겁게 흔들었다. 베르디는 그 문장이 오스트리아의 지배와 탄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국 이탈리아의 애국자들에 대한 은유로 보였다. 거기에 가족을 잃고 작곡가로서도 실패한 개인적인 아픔의 감정이 이입돠었다. 바싹 정신을 차리는 순간이었다.
그날 밤 그는 그 대본을 거의 외울 정도로 읽얶다가 되었다. 그리고 정신이 홀린 듯이 곡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완성된 오페라 <나부코>는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 작품으로 베르디는 오늘날까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가 되었다. 그리고 '바 펜시에로'(날아라 생각이여)는 제2의 국가로 불릴 만큼 모든 이탈리아인이 가슴으로 아는 멜로디가 되었다.
지금도 이탈리아에서 '나부코'를 공연하면 마지막 앙코르로 청중이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따라부르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았다. 베르디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나의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도 연주하지 말라"라는 그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당대 최고의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8천명이 함께 '바 펜시에로'를 불렀다.
생각이 금빛 날개를 타고 날아 올라야 할 때는 삶이 밝고 희망에 차 있을 때가 아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어둠에 갇혀 있을 때가 바로 그때이며 그날이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생각도 마음도 어둠 속에서 금빛 날개를 달고 비상하기 시작하는 때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날부터라는 뜻이다. 그날이 새 희망의 문을 여는 날이라는 암시해 주고 있는것이다.
신은 길을 알려 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한다는 말이 있다. 조개를 부순다고 진주까지 부서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개가 부서져야 진주가 드러난다. 이렇듯 절망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때는 우선 내 앞의 장애물을 찾아내고 새로운 이름을 찾아내 보는것이다. 거기서 새 희망이 찾아진다. 그래서 마냥 무감정으로 나날을 보내서는 않된다. 그것은 자기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치우지 못하게 한다.
여기서 보듯이, 위대한 성취, 궁극의 행복, 그것들은 절망에 빠졌을 때 솟아 오른다. 그때 생각이 금빛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게 된다. 영혼 안에 혼돈이 올때, 나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 보자!! 우리들 가슴속의 뜨거운 의욕이 삶의 난제로 인한 태풍속에서 금빛 날개를 타고 날아오를 수 있도록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