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칼럼] 필자는 등산을 15년 이상 했다. 산에 갈때 마다 커피와 현미녹차, 고구마나 과일등을 배낭에 넣어 간다. 올라 갈 때는 힘이 들어 맨몸으로 가고 싶은 때가 많지만, 올라가서 배낭을 여는 재미는 정상에 올라 느끼는 보람 못지 않기에 갈때마다 준비해서 올라간다. 같이 오른 서너명이 먹거나, 산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사 나누며 먹어야 하기에 약간의 양(量)이 있는것은 당연하다.
인생의 짐이라는 것도 이와 같다. 지고 올라 갈 때는 배낭이 무거워 벗어 버리고 싶지만, 참고 정상까지 올라가 배낭을 열었을 때의 기쁨은 단 번에 피로감이 날아간다. 인생도 이와 다를바가 없다. '짐'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저마다 힘든 '짐'을 감당하다가 훌쩍 저 세상으로 가기 마련이다. 그러기 때문에 인생 그 자체가 '짐'인 것이다.
'가난'도 짐이고, '부유'도 짐이다.
'질병'도 짐이고, '건강'도 짐이다.
'책임'도 짐이고, '권세'도 짐이다.
'헤어짐'도 짐이고, '만남'도 짐이다
'미움'도 짐이고, '사랑'도 짐이다.
살면서 부딪치는 일 중에서 짐 아닌 게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럴 바엔 기꺼이 ‘짐'을 짊어 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는것이 마음이 편한 것이다. 언젠가 짐을 풀 때 '짐의 무게 만큼 보람과 행복'을 얻게 될테니까...
아프리카의 어느 원주민은 강을 건널 때 '큰 돌덩이'를 진다고 한다.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란다. ‘무거운 짐’이 자신을 살린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다. 헛바퀴가 도는 화물차에는 짐칸에 일부러 짐을 싣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짐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니, 짐 자체가 인생인 것을 나쁘게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손쉽게 들거나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면 그건 짐이 아닌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 지금 당신의 짐은 무엇인가? 스스로 무겁게 느껴지는 짐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산 정상에서 그 짐을 훌훌 털어버릴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