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이야기이다. 삼성 임원에게 혹 삼성 입사 지원자 가운데 선호하는 출신 지역이 따로 있느냐고 물었었다. 그 때 들었던 대답이 '강원도 출신'이라는 답이었다. 왜냐고 물었더니 '조직에 대한 충성도'라는 답을 들었었다. 강원 출신 사람들이 유독 조직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지 어떤지는 어떤 조사 결과도 없어 모르겠지만 매우 인상 깊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워낙 지역 감정이 사회에 만연했던터라 묻고 들을 수 있던 시절이었다. 지금으로선 어불성설 있을 수 없는 질문과 답이다.
오늘 국회 국방위 김중로(바른미래당) 의원실에서 2017년 한 해 대한민국에서 미국, 일본, 캐나다 등으로 국적을 변경해 병적에서 제적된 사람이 4,396명이라는 다소 생소하면서 충격적인 자료를 공개했다. 이는 해마다 2개 연대 병력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마저도 놀라운데 그 4,396명 중 1,843명이 서울 출신이고, 그 가운데 강남·서초·송파구에서만 457명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역시 1,148명으로 두 곳을 합치면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반면 단 1명만 나온 삼척·양양·영월·인제·평창은 강원도 18개 시군 가운데 5곳이다. 이외 경북 영양군, 전남 신안군, 전북 완주·진안군, 충남 계룡시·연기군, 충북 보은군 등도 1명의 병적 제적자만 나왔다. 중요한 것은 단 1명도 병적 제적자가 없는 시군을 대한민국은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올 해 9월까지 국적 변경에 따른 병적 제적자가 5,223명으로 연말까지 6천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현실이다. 앞으로 이 증가세를 잡지 못하는 한 언제고 사회적 부조리,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지역간 계층간 골이 더욱 심화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물론 모두 다 병역 회피자이지는 않겠지만 서울과 지방, 강남과 비강남 등 지역별 격차가 크다는 것은 관계 당국의 일거리를 줄여줬다는 점을 시사한다. 앞으로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을 집중 감시하고, 서울과 경기 지역을 엄정 관리하면 된다는 것을 반증한다.
국방의 의무는 강제되어야 하고 엄정해야 한다. 태어나서 교육 받으며 줄곧 생활하다 입대 여부를 결정 짓는 순간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뿌리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예전 이스라엘 전쟁시 많은 이스라엘 청년들은 전쟁 소식을 듣자마자 외국에서 달려와 자원입대를 했다. 그러한 국민적 공감대가 군 사기로 이어지고 필승으로 이어졌다.
18개월 남짓한 군생활을 피해 국적을 포기하는 자에게 이스라엘 청년들과 같은 국가애와 용기가 있을리 만무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회자되는 말이라고 한다. 주로 송사에 해당되는 이 뜻이 자칫 '국방의 의무'에 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관계 법령을 더욱 촘촘하고 엄정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