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김현섭 칼럼] 적극적인 자살예방정책이 시급하다

사회안전망 재점검으로 빈곤자살 수치 줄여야

 

[김현섭 칼럼] 옛 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남의 가난한 살림을 도와주기란 끝이 없는 일이어서, 개인은 물론 나라의 힘으로도 구제하지 못한다"라는 뜻이다. 가난과 마찬가지로 자살 역시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원인 등으로 행해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개인사이다. 따라서 속담대로라면 향후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나라님(대통령?)은 물론 어떠한 정책으로도 줄일 수 없을지 모른다. 과연 그럴까?

‘2018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당 해 자살자수가 전년대비 1,207명이 증가한 1만3,670명으로 집계됐다. 특이한 동향은 30~40대의 빈곤 자살률이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매일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는 수치이고, 2019년 통계에는 설리, 구하라 등의 자살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 등의 요인으로 더 많은 자살자수 증가가 예측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난 5일에는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A(37·여)씨와 아들 B(8)군, A씨의 어머니 C(62·여)씨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신변비관 자살로 추정되는 A씨와 C씨가 쓴 유서에는 “삶이 힘들다”는 경제적 어려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짧은 생을 마감한 8살 B군의 경우에는 앞으로 존속상해상 타살로 집계를 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살해자살(Murder Suicide)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라도 자살률 수치를 줄이고 싶은 필자의 마음이다.

 

현행법에는 생계적 어려움 해소를 위해 최장 6개월까지 한 달에 150만원 정도 정부지원을 받는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앞서 굶어서 죽은 탈북 모자의 경우에는 집안에 쌀 한 톨도 없이 고춧가루만 한 줌 있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생계비 지원을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담당 공무원은 중국 남편과의 이혼 확인서를 요구할 뿐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처럼 현장에서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그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등 철저한 현장 점검도 시급하다. 이러한 공무원은 없느니만 못하다.


또한 최근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자살은 고통받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선택"이라고 긍정하는 인식이 2013년 5점 만점에서 2.96점, 2018년에는 3.02점으로 올랐다. 반면 이에 대한 거부적 태도의 평균 점수는 3.94점에서 3.84점으로 떨어졌다. 자살공화국 불명예는 이처럼 수 많은 수치로 점철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수치는 정신과 상담을 꺼리는 한국에서의 우울증 예방·치료약 사용률이 OECD 평균의 35%에 불과하다는 통계이다. 지난해 한국의 항우울제 소비량은 22 DID(인구 1000명당 하루 복용량)에 그쳐 OECD 평균(63)의 35%에 그쳤다. 이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 5명 가운데 1명만 병원을 찾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앞서 선진국들은 환자들이 정신과 치료를 잘 받도록 유도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해 자살률을 서서히 낮춰나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1월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2022년까지 자살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8년 자살률은 26.6명으로 2017년(24.3명)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이러한 통계는 2013년 이후 5년간 줄어들던 자살 사망자가 2018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공허한 메아리"였던 셈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매년 2천여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한 노동현장에서 이처럼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것도 놀라울 정도인데, 이보다 훨씬 많은 6.5배의 귀한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자살예방청> 등의 신설도 생각해야 할 처지가 됐다.

 

개개인의 가난은 경제 성장, 복지정책 확대 등으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살 역시 정책적,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향후 대한민국은 자살 예방과 자살자 수 감소를 위해 정부와 국민, 기업과 사회단체 등의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자살자가 많다는 것은, 그리고 자살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병 들었다는 반증이다. 선진국 진입 문턱이 너무 높고,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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