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영혼을 빗질하는 소리…한국안데스문화원 조영대 원장(LOS Andes 대표)

잘나가던 광고 카피라이터에서 안데스음악의 대가로

 

‘하늘까지 이어지는 밭’이라는 의미를 지닌 안데스. 안데스 산맥은 남미 대륙의 서부를 종단하면서 북으로는 카리브해까지, 남쪽으로는 남극 바다와 닿아있다. 안데스 음악은 이 고원의 척박한 땅에 잉카 문명을 일구었던 인디오들의 음악이다.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이 안데스 국가에 속한다. -편집자 주

 

[김선자 기자의 인터뷰 세상] 한국안데스문화원 조영대 원장(LOS Andes 대표)

 

“나는 월드뮤직이 단순히 듣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과 관계 맺은 많은 것을 읽고,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안데스 음악은 제국주의와 식민지라는, 불행했지만 지울 수 없는 과거가 된 ‘겹치는 영토와 공동의 경험’이라는 자장 안에서 만들어져 왔기에 그 음악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심정은 더욱 복잡하고 판단은 중층적으로 이루어진다." -저서 영혼을 빗질하는 소리(조영대) 중에서

 

 

 수원시 팔달구 창룡문 잔디밭을 지나다보면 하얀색으로 우뚝 솟아 한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있다. 아직은 생소하고 낯선 이름의 한국안데스 문화원 건물이다. 건물 1층은 카페로, 2층 문화원은 전시장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2003년에 문을 연 Cafe LOS Andes는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는 곳이다. 카페 안은 온통 남미 어딘가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곳 저곳 수를 놓듯 전시된 사진과 작품이 마치 남미 들판에 서있는 듯 눈호강을 하게 된다.

 

 첫인상의 카페지기 조영대 대표는 외모만 보아도 예술인이라고 금방 알아볼 수 있는 포스가 훅 느껴졌다. 선이 굵은 남자다운 얼굴의 안 대표는 경북 안동 출신으로 중앙대 문예창착과를 졸업했다. 광고 카피라이터로 15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조선일보 광고 대상 등 다수의 광고상도 수상했다. 한마디로 잘나가는 직장인이었다.

 

 그렇게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던 1989년 어느 날 우연히 길을 가던 중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안데스 음악에 걸음이 멈춰졌다고 한다. 이쯤되면 짚고 넘어가야 겠다. 대체 안데스 음악의 매력이 무엇일까? 그저 단순히 미국 서부개척 영화 '황야의 무법자'에서 들었던 주제곡? 아니면 'El Condor Pasa' 등의 남미 인디오 아파치들의 음악? 그렇다면 대체 어느 남미 음악이 조영대 대표의 발길을 멈춰 세운 것일까?

 

 

 조 대표는 그 후 몇 년이 흘러 대전 엑스포에서 남미 공연 현장 라이브를 보고는 무작정 남미를 가야겠다고 결심을 한다. 그리고는 1989년 이후 10년 만인 1999년 안데스 음악이 듣고 싶어 남미로 떠난 후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10여 차례에 걸친 안데스 음악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두번째 에콰도르에 갔을 때는 음악과 악기를 배우고, 2003년부터 원주민 뮤지션 4명과 함께 한국에 들어와서 공연을 시작하게 된다. 봄부터 가을까지 공연을 하고 겨울에는 그들의 나라 안데스로 간다. 겨울은 그의 여행시간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남미음악의 대가는 누구일까? 조심스레 묻자 우리나라에 대가는 없고, 안데스 음악에 대한 지식이 가장 풍부한 사람이 본인이라고 한다. 부인할 수 없는 확신이 느껴졌다. 맞다. 조영대 대표는 안데스 음악의 대가이다. 그는 음악을 듣고 나면 CD의 수록된 곡 하나하나에 표시를 해놓았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남미음악 CD가 1500여장이다. 이것만 보아도 그의 열정과 관심, 그리고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박물관을 짓고 싶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아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하는 사람,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이 많은 사람이 부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음악연주를 잘하는 사람’, ‘음악에 천재성이 있는 사람’은 아직도 부럽다고 한다. 그는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은 신을 보듯 바라본다"며 "그 재주가 나에 있었으면 좋겠다"며 너스레 웃는다. 그는 꿈이 있다. 안데스음악의 연주를 더 잘하고 싶어서 본고장을 가서 공부를 2~3년 더하고 오는 것이다.

 

 

 

 

 카페는 어떻게 차리게 됐나?

"10년전 일본 콘서트관람 여행중 커피 맛에 빠졌다. 돌아오자마자 커피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커피에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다. 바리스타, 로스팅, 커핑, 핸드드립 등 3년 정도에 걸쳐 배웠다. 무언가에 꼿히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관심 분야에만 집중을 하먀 다른 것을 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커피도 직접 로스팅을 한다."

 

 공연 계획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콘서트나 공연을 전혀 할 수가 없다. 지금은 안데스 음악을 하면서 악기 수업을 하고 있다. 악기에 욕심이 많아서인지 좋아해서인지 보유하고 있는 악기만 해도 20여종이다. 대표적인 악기는 삼뽀냐다. 대나무 관을 길이 순으로 여러 개 잇대어 엮어놓은 악기이다. 샴뽀냐의 음색은 아주 먼 옛날부터 이어져온 남미 인디오들의 애환을 울림통에 모두 담아 놓은 듯 끝없는 애수로 가득 찬 것이 특징이다. 안데스 계곡의 바람을 닮은 소리는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아스라한 정서를 깨우는 듯하다. 하루빨리 정상적인 활동으로 아름다운 안데스 음악과 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그의 꿈이 이루어질수 있기를 소망한다."

 

 

 안데스음악을 한 곡 추천받고 싶다. 

"칠레의 그룹 알띠쁠라노(Altiplano)의 Naymlap(https://www.youtube.com/watch?v=vgncFFsmmIE)를 들려주고 싶다. 비엔띠스따(Vientista)인 마우리시오 비센시오(Mauricio Vicencio) 작곡이다. 도입부의 시꾸라이다(Sicuriada) 기법으로 부는 삼뽀냐 소리가 마치 꿈결처럼 들린다. 샴뽀냐 소리에 이어 나오는 께나의 독주와 중간 부분의 어딘가 중궁풍인 듯한 간주, 다시 이어지는 만돌린과 샴뽀냐. 께나의 조화가 아주 멋들어진 곡, 단조로운 듯한 변화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김선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