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권미경 회장, "전국민이 자원봉사를 하는 신명나는 사회가 꿈"

"자원봉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정도일보 릴레이 인터뷰/ 경기 구리시 권미경 '비채나 자원봉사단' 회장]

 

우리 지역사회에 누가 어떤 삶의 궤적을 그리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최소한 그 지역 주민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본보 정도일보는 지역사회에서 한 알의 밀알처럼 작은 영향력을 뿌리내리고 있는 분들의 삶의 모습을 담기 위해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구리/남양주 최창일 기자] 코로나19로 소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 국민들은 코로나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등 비대면 사회활동을 일상화하기 시작했고, 정부와 지자체 역시 가급적 대외 접촉을 줄여가며 절제된 행정력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이 상대적으로 더욱 고립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런 어려움속에서도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을 돌아보며 자원하는 마음으로 봉사의 손길을 이어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가운데 '비채나 봉사회' 권미경 회장(48세. 경기 구리시)이 있다. 구리시 소재 작은 카페에서 그녀를 만나 '작은 소시민의 빛나는 목소리'를 들었다/편집자 주. 

 

권미경 회장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보았다고 한다. 이 가운데 빛은 함께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 동료 자원봉사자와 구리시 복지분야 관련 공무원분들, 묵묵히 도움의 손길을 주시는 지역주민들이다. 반면에 어두운 그림자는 이미 벗어날 수 없는 암울한 현실속에서 정부나 이웃으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분들이다. 특히 청장년을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했던 독거노인분들이나 선천성 혹은 후천성 장애를 입고 깊은 절망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많은 장애인분들이 계시다. 특히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으로 하루아침에 장애를 입은 사람들의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런 분들의 속사정을 듣고 헤아리는 권미경 회장은 빛과 어두움을 품고 양 손에 위로와 사랑을 들고 있는 작은 천사이다./최창일 기자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봉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와 그 의미는?

 

 학창시절 유난히 그림을 좋아했었던 저는 그림 전시회를 통해 모금한 돈으로 고아원이나 장애인 기관을 방문해 그들과 소통하며 아픔을 나누는 봉사활동을 했었다. 그렇게 조금이나마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봉사활동을 하고나면 내 자신의 마음속 상처도 치유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20대 중반때, 갑작스런 일가족 교통사고로 어머니께서 시각장애와 지체장애 진단을 받고, 오빠는 신장장애로 투석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집안이 크게 어려워졌었다. 그 어려운 시기에도 저는 현재 우리집 가훈처럼 '머리에는 지혜를, 얼굴에는 미소를, 가슴에는 사랑을'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봉사활동을 지속했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봉사활동은 자원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하나의 일이 되고 만다. 하지만 장애인 봉사 등을 통해 한 분 한 분의 인격과 삶을 알아가며 배우다 보면 그 안에서 무한한 사랑의 샘물이 솟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장애인봉사를 통해 알게된 장애인분들에게서 한 통의 안부전화를 받거나 전화상담을 통해 그들의 아픔을 나누며 봉사할 때... 그들의 손과 발이 되고 목소리가 되어줄 때 가장 행복했었다.

 

▲ 봉사단체 비채나를 설립했다. 설립 배경은?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 하루도 비우고 채우고 나누자"라고 크게 소리치며 미소를 짓고 있다. 나에게 있어 봉사란 끊임없이 비우고 채우고 나누는 일상이다. 그 일상의 지속을 위해 봉사단체 비채나를 설립했다. 나는 물론 현재 모든 비채나 회원분들이 오늘도 매일매일 남을 존중하며 나 자신을 낮추는 연습을 통해 비움과 내려놓음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움을 통해 사랑과 건강 그리고 행복 등 세상의 선한 가치를 가득 채워나가고 있다. 나는 구리시민 한 분 한 분과 함께 비우고 채운 것들을 나누고 싶다. 특히 지역사회의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과 소통하면서 작은 기쁨, 작은 행복을 나눠 드리고 싶다. 

 

 

▲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현재 지역사회 봉사활동은 그저 금전적 지원이나 목욕봉사 등의 단순한 활동영역을 벗어났다. 복지 사각지역에 있는 학교밖 청소년 문제와 중증 장애인 봉사를 하면서 장애인분들이 못하는 업무를 대신해 활동지원이나 근로지원을 해드리는 것도 봉사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다보니 기초수급자라든지 차상위 지원서비스를 돕다 눈물을 흘린적이 많았다. 최근에도 기초수급자 관련 장애인분에게 도움을 주었는데, 가족들과의 연락단절로 홀로 생활하시면서 생활고를 겪는 분이었다. 몇 년간 얼굴도 못본 자녀가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식들이 있어도 실질적으로 도움받지 못하는 장애인과 어르신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이런분들께 새희망을 주는 것이 바로 봉사이고 이웃사랑이라는 생각이다. 주민센터 등에서 그분들 사정을 주의 깊게 살핀다면 보다 많은 분들이 여유로운 웃음과 좀더 나은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봉사활동시 애로사항과 미래 청사진은?

 

 자원봉사기관과의 연계 부족으로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교육해서 안내서비스 센터 등을 통해 수요 기관에 배치하는 등 자원봉사기관이 담당하는 업무는 상당한 전문성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자원봉사자들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속에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중복된 봉사활동을 지양하고 때로는 전문적인 봉사활동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인프라 구축과 자원봉사인증제 확산 등이 필요하다. 특히 전 국민의 자원봉사 활성화와 이를 통한 복지사회 건설을 이루는 꿈이 있는데, 먼저 가족단위의 작은 봉사 실천도 권장하고 싶다. 

 

 

▲ 해외의료 봉사단체에서의 경험이 특별하다.

 

 정동제일교회 정동아카페클리닉에서 5년넘게 봉사하면서 필리핀과 카자흐스탄의료봉사를 다녀왔었다. 필리핀 봉사를 했을때 산부인과 업무봉사를 하게됐는데 수많은 여성들과 만났다. 그중 한국말을 잘하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본인들은 가족계획도 없이 아이를 출산하는데 피임방법과 여성 건강상담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마지막 봉사날 편지를 받았다. 많은 감동이 밀려왔었다. 지금은 저의 양딸로 지내고 있는데, 작년에는 "엄마! 저 결혼해서 엄마처럼 이쁜 딸 낳아 기르면서 엄마 말씀처럼 욕심없이 작은 것에 감사하며 '비우고 채우고 나누며 살라'고 교육시킬거야. 엄마 사랑합니다"라는 편지를 보내왔었다. 

 

6.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가운데 무탈한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된다. 하루빨리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뿐이다. 사랑은 주는 기쁨과 받는 기쁨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지역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가 나눔과 베풂, 그리고 사랑을 실천할 시간이다. 모두가 행복한 구리남양주, 사랑바이러스와 행복바이러스가 넘쳐나는 구리시와 남양주시를 위해 솔선수범 더욱 신실한 자원봉사의 삶을 살겠다. 그리고 봉사의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정부가 지난 8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면 폐지하고,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지원 대상을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당장 내년부터는 자식 등의 부양자가 있더라도 실제 함께살지 않거나 부양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하는 복지 사각지대가 개선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여전히 복지사각지대가 발생하고,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웃들이 생겨날 것이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은 봉사의 첫걸음으로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꼽았다. 그리고 그 관심과 배려의 원천이 이웃에 대한 사랑임을 모두들 알고 있다. 권미경 회장의 말처럼 우리 모두 자원봉사자가 되어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관심과 배려를 실천하는 그런 세상을 그려보고 있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심적물적 덕담을 건네는 당신 역시 이미 자원봉사자의 삶에 들어선 것임도 밝히고 싶다/최창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