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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이별 후의 안부 / 류시화

 

 

 

※정도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시(자작시 포함)를 보내주시면 소중하게 보도를 하겠습니다. 시인의 등단 여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편집국

 

 

                 이별 후의 안부
                                       -류시화

 

궁금이가 죽은 후
몇 날 며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글 쓸 때마다
책상 밑에서 나의 맨발을 몸으로
덥혀 주던 녀석
슬프고 그리워서 숨 쉬는 것도 힘들었다
심장이 이전으로 돌아올 것 같지가 않았다
살아 있음에 대한 의지도
사랑도

 

어느 날 꿈에
궁금이가 나타나 너무도 생생하게
나를 향해 달려왔다
병에서 다 나은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 큰 몸으로 뛰어올라 내 품에 안기는 녀석에게
“궁금아! 너 살아 있었구나!
난 네가 죽은 꿈을 꾸었어!”
그렇게 소리치다가 잠이 깨었다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궁금이의 마지막 사랑이었다
누군가에게 나도
그렇게 할 수 있기를

 

 

※페이스북 친구인 류시화 시인의 작년 12월 2일 게시물입니다. 그리고 시인의 계정은 올 해 초 1월 28일의 게시물을 마지막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등 자신의 SNS 계정을 꾸준히 관리를 해왔던 사람의 장시간 활동 멈춤은 대개 2가지 경우이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입니다. 아프거나 사람과의 소통이 싫어졌거나... 물론 작가의 경우에는 달리 2가지 경우(새로운 창작 세계 몰두, 새로운 인연 몰두)도 있겠다 싶지만, 부디 류시화 시인이 병마와 싸우고 있는 경우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9월부터 반려견주가 된 필자로서는 예전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시인의 슬픔과 고통이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특히 '새벽에 일어나 글 쓸 때마다/ 책상 밑에서 나의 맨발을 몸으로/ 덥혀 주던 녀석' 이라는 표현에서는 같은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입장이라 더욱 안타까운 이별로 다가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가고 있습니다. 과연 천국에는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단 한마리도 없을까? 만약 있다면 예수님의 사랑이 천국에서도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 것이고, 혹 없다면 고착화된 하나님의 생각으로 지금까지도 천국이 바르지 못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이 좁을 뿐이지, 천국 안쪽은 결코 좁지 않을 테니깐/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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