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일보 김제영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집무실로 윤석열 대통령 퇴진촉구 시국선언에 참여한 아주대학생 대표자 9명을 초청해 '브라운백미팅'을 했다.
브라운백 미팅에 참석한 아주대생은 김강건(정외23·대표), 이휘민(정외24), 이혜지(사회22), 김태종(사회21), 원종현(사학21), 윤정인(사회21), 위수한(사회21), 홍성호(사회21), 한윤재(사회20) 씨 등 9명이다.
아주대생 115명은 지난 9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밝히는 동방의 횃불이 되자"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경인일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관련 영상은 100만 뷰를 넘겼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아주대 총장을 지낸 김동연 지사는 페이스북에 "용기 있는 아주대 학생들을 지지한다"면서 공개적으로 제자들에게 힘을 실었다. 이어 아주대 총장 시절부터 청년들과 적극 소통해온 방식인 '브라운백 미팅'을 마련해 학생들을 초청했다.
브라운백은 햄버거 가게 등에서 먹을 것을 담아 주는 '갈색봉지'를 말한다. 브라운백 미팅은 간단한 점심을 곁들인 자유로운 대화시간을 의미한다.
김동연 지사는 아주대 총장 시절 격주 또는 한 달에 한 번 재학생들과 피자 등을 같이 하며 소통했었다.
이날 학생 A씨는 "아주대학교 총장 시절에도 그렇고, 학생들이랑 소통하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데 리더로서 좋은 소통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김동연 지사는 "아주대 총장직을 맡을 때 첫 번째 결심한 게 '청년의 바다에 빠져보자'였다. 굉장히 행복하게 총장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원인은 학생들하고의 소통때문이었다. '어떤 경우든 마음이 닫히면 다시 열기 힘들다', '눈높이를 학생들에게 맞춰라', '진심으로 들으려고 애를 써라'. 그런 얘기를 (총장)주위에 했다. 그런 마음으로 했다"며 "'브라운백 미팅' 한 숫자 합치면 8000명 정도 됐다. 소통 잘하는 비결은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 나는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공감 능력은 자기가 살아온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절대빈곤에 살았다. 끼니 걱정했고, 대학도 못 가다가 나중에 야간대학 갔고 17살 때부터 소년가장이었고. 우리 어머니는 학교 문턱에도 못 갔다. 그래서 힘든 사람, 덜 공부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거다. 영어로는 그걸 '그 사람 신발을 신는다'고 표현하는데, 공감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학생 B씨는 "제가 2년전에 '파란(破卵)학기제'를 했는데, 뵐 기회가 있으면 꼭 물어보고 싶었다. 학점까지 주는 파격적인 걸 어떻게 추진하시게 됐느냐"고 질문했다.
파란학기제는 김동연 지사가 총장 시절 만든 프로그램(학생 스스로 과목 정해서 제안하는 학생 과목설계 프로그램)이다.
김 지사는 "파란학기를 만들면서 장학금도 주고 학점도 3학점에서, 18학점까지 줬다. 처음에 내가 파란학기제 만들자고 할 적에 주변에 있는 보직교수들 전원이 반대했다. 퀄리티 보장을 어떻게 하느냐이다. 그런데 내가 아주 강행을 했다"며 "내가 공무원 했던 80년대 초반은 지금보다 훨씬 학벌에 대한 게 강했다. 행정고시 붙었어도 나처럼 상업고등학교 나오고 직장생활하면서 야간대학 다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실 가방끈 길게 하려고 유학을 갔다. 공부를 1년 동안 죽어라 했는데, 깊은 회의가 찾아왔다. '공부를 왜 하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못 찾겠더라고. 돌아보니 꿈도, 내 꿈인 줄 알았더니 남의 꿈이었어. 남이 하고 싶은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착각하고 살면 이게 인생 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장 돼서 우리 청년들은, 자기 목소리가 뭔지 알게 끔 하는 구조와 환경을 만들어주자고 생각해서 만든 거다. 파란학기제 끝나면 주는 상이 지금도 '훌륭한 뱃사공상'이다. 그 이름 내가 지은 건데 영국 속담 중 하나가 '잔잔한 바다는 훌륭한 뱃사공을 못 만든다'에다. 잔잔한 바다에서 뱃사공 만들게 하지 말고, 비바람 치는 폭풍우 속에서 해라, 물이 튀어 옷이 짠 물이 젖어도 좋다는 취지로 지은 이름이다"고 설명했다.
학생 C씨는 "지사님께서 지난 대선때 '공무원 철밥통'을 깨야 한다고 하셨는데, 공무원 출신으로 파격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 출신임에도 공약을 내놓으신 이유가 궁금하다"고 물었다.
김 지사는 "그때 내가 주장했던 공약의 공통점은 '기득권 깨기'였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 사회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인센티브가 기득권을 만든 거다. 일류대학 나와서 어떤걸 하려고 기를 쓰고 줄을 선다. 부의 대물림에서 이제는 사회적 지위와 직업이 대물림 되는 세상이다"며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깨야 되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공직자 출신이니까 내것(철밥통깨기)부터 얘기해야 되지 않겠나. 사실 (기재부) 과장 때부터 얘기했다. 철밥통 깨자, 행정고시 없애자, 중앙부처 과장급 이상은 직업 안정성 없애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다들 희망을 잃지 말아달라. 나는 인생의 암흑기가 있었다면…남들은 '청춘'이라고 불렀을 때가 내 인생의 암흑기였다. 터널 속에 갇혀 있었을 때가 있었다. 정말 한줄기의 희망이 없었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그때도 뭐가 되게끔 만들 수 있었다. 자기 하기 따라서 인생의 엄청난 자산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