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현섭 칼럼] 지도자의 4가지 덕목과 권위(權威)

'수신우수신 정기신(修身又修身 精氣神)'의 일상 다짐

 

 


  
얼마 전 모 봉사단체 회장과 식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단체의 후임 회장 인선에 관한 주제가 나왔다. 당시에는 별 생각없이 나의 의견을 스쳐가 듯 피력했는데, 오늘 새벽에 문득 "과연 '지도자의 덕목'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필자 역시 한 언론사의 사주이며 대표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필요했다.

 

젊은 시절 필자는 로마의 철현(哲賢)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을 끼고 살았었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그의 지도자론에서 지혜, 정의감, 강인성, 절제력 등 지도자에게는 4가지 덕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물론 한 봉사단체와 거대한 로마 제국 황제의 시선이나 목표가 같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단체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주의하고 유념해야 할 현실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지도자의 지혜는 조직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항목이다. 조직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판단과 조직의 앞날을 위한 필요를 결합시켜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모든 과정이 곧 지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도자가 조직내 옳고 그름을 가려서 옳은 것을 택하고 그른 것을 잘라낼 수 있는 도덕적 판단력과 실천력 즉 정의감이 부합된다면 부정부패나 파벌이 쉽게 자리잡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지도자의 강인성은 어려움, 역경, 위험 등을 극복하기 위한 정신적, 정서적인 힘, 즉 용기있는 행동력을 말한다. 그 용기와 실천력을 조직원들과 공유하는 능력이 곧 지도자의 덕목이다. 여기에 지도자가 자기 자신은 물론 조직의 욕망을 억제해 균형을 지킬 수 있는 절제력을 겸비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지도자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고 곧 무너질 것이 명약관화 불 보 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여러 회장 후보군 가운데 마지막 한 사람(아마도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었다. 물론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었다. 이 자리를 빌어 표현하자면 '그의 권위 부족에 대한 나의 우려'를 구지 표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나열했던 사람들은 아예 '권위 없음'으로 필자의 기준상 후보군 측에 끼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단체이든 지도자에게는 권위가 생명이다. 권위가 있어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그 권위는 앞서 나열한 4가지 지도자 덕목으로 자연스레 드러날 수도 있고, 한 두가지 덕목만으로도 조직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여기서 권위란 고리타분하고 고압적인 그런 전 근대적인 리더십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봉사만 열심히 한다고 봉사단체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시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의 지인 가운데 경인매일 김균식 회장이 있다. 그는 매일 하루 한 편씩 칼럼을 작성한다. 그리고 그 칼럼을 '안산인터넷뉴스'에 매일 연재를 하고 톡으로 지인들과 공유를 한다. 같은 언론인 후배로서 매일 칼럼을 작성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불가능한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필자는 존경심을 갖고 그 칼럼을 대한다. 아마도 김균식 회장의 언론계 권위는 그 매일 작성하는 칼럼을 통해 자연스레 드러나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혜, 정의감, 강인성, 절제력 등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4가지 지도자 덕목 가운데 단 한 가지도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도일보 17명 임직원분들이 한 없이 고맙고 미안하다. 지도자의 덕목도 권위도 없는 필자에게 보내는 모든 분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수신우수신 정기신(修身又修身 精氣神)'의 일상을 다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