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일보 김제영 기자] 2년 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을 겪을 당시 학교 측은 소속 교사가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몰랐거나 알고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당국은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와 업무 담당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특히 도 교육청은 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 3명을 이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한 업무방해 혐의로 전날 의정부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21일 경기도교육청은 수원 남부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의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사안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 교육청은 숨진 이영승(남)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실을 확인했다.
이 교사는 부임 첫해인 2016년 담임을 맡은 6학년의 한 학생이 수업 시간 도중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등을 다친 일로 이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반복적인 연락을 받았다.
이 학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두차례 치료비를 보상받았음에도 휴직하고 입대한 이 교사에게 지속해서 학생 치료와 관련해 만남을 요청하고 복직 후에도 계속 연락했다.
결국 이 교사는 사비를 들여 8개월 동안 50만원씩 400만원을 학부모에게 치료비로 제공했다.
이 교사를 상대로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2명 더 있었다.
2021년 한 학부모는 가정학습과 코로나19 증상에 따른 등교 중지, 질병 조퇴 등으로 인해 자녀가 장기 결석을 했음에도 그해 3월부터 12월까지 지속해서 출석 처리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가 이 교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는 394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이 학부모는 이 교사가 사망한 사실을 듣고 장례식장에 찾아와 이 교사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학부모는 2021년 12월 자녀와 갈등 관계에 있는 학생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공개 사과를 할 것을 이 교사에게 요구했고, 이 교사가 학생 인권 문제로 난색을 보이자 수차례에 걸쳐 전화하고 학교에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교사가 사망한 이후 이 교사가 이처럼 악성 민원을 겪어온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의 사망을 단순 추락사로 처리한 당시 호원초 교장과 교감 등에 대해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임태희 교육감은 "학교 측이 이 교사 사망 전에 이러한 사실을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망 이후 조치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누구이고 몇 명이며 은퇴 여부 등을 밝힐 수는 없지만 관련자 전원에 대한 징계를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육감은 이 교사의 순직 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순직은 피해자 측에서 신청하면 인사혁신처에서 심사해 결정하는 데 이 교사의 유족이 신청할 경우 도 교육청은 행정적, 절차적 지원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교사와 같은 호원초에 근무하다가 앞서 사망한 김은지(여) 교사에 대해서는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 교사와 김 교사 모두 업무 과중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2021년 6월과 12월 호원초에 근무하던 김 교사와 이 교사가 각각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에 대한 각각의 사망 경위서에 '단순 추락사'로 교육청에 보고해 추가 조사는 없었다.
서울 소재 관할 경찰 수사도 그대로 종결됐다.
이 사건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도 교육청은 4개 부서, 13명으로 구성된 합동대응반을 꾸려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이 교사와 김 교사에 대한 사망 경위를 조사한 뒤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임 교육감은 "지금도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이 있을 텐데 교사들이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며 "교권보호 핫라인(☎1600-8787), 법률지원단 등을 통해 연락하면 교육청이 직접 나서서 교사들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