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 -정호승
길이 끝난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난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헛된 바람 -구영주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예고없이
그대와
마주치고 싶다
그대가
처음
내 안에 들어왔을 때의
그 예고 없음처럼
※ 故 구영주 시인의 '헛된 바람'을 새벽에 읽고는 '우연한 사랑'이라든가 '선택' 등의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다가 '예고 없는 사랑'의 '우연한 만남'을 생각했습니다. 누군가가 내 안에 들어와 자리잡을 때... 그 때의 설레임도 잠시 느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일 없고,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누군가를 잠시후 만나고, 그 사람과 몇 시간 후 사랑에 빠지는 것이 '사랑의 신비'가 아니면 무엇일까요?
세상에 이유 없는 우연은 없다고 합니다. 시인의 빛바랜 사랑이 한 편의 주옥같은 시로 탄생했고, 필자와 함께 다시 정도일보 독자들에게 다가갔으니깐요. 어떠한 사랑도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랑은 우연이 아닌 선택이며, 그 선택이 그 사람의 운명을 이끌어 갑니다. 사랑은 운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