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함께 읽는 詩 / 김경주] 슬픔은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할까

독자와 함께 만드는 정도일보 / 박민규(수원/(주)효원ENC 전무이사)

 

[편집국에서] 김경주(전남 광주, 1976~) 시인은 2003년 대한매일(서울신문) 신춘문예 '꽃 피는 공중전화'으로 등단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출신으로 2009년 제28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는 등 극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야설작가, 대필작가, 카피라이터 등을 전전하다가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로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저서로는 '노빈손의 판타스틱 우주 원정대', '시차의 눈을 달랜다', '기담', '패스포트', '노빈손 조선 최고의 무역왕이 되다' 등이 있다. 


※정도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시(자작시 포함)와 짧은 감상평을 보내주시면 소중하게 보도를 하겠습니다. 시인의 등단 여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편집국 

           

 

              슬픔은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할까
                                                       - 김경주

 

물고기는 물을
흘러가게 하고
구름은 하늘을
흘러가게 하고
꽃은
바람을 흘러가게 한다


하지만
슬픔은
내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그 일을 오래 슬퍼하다 보니


물고기는 침을 흘리며
구름으로 흘러가고
햇볕은 살이 부서져
바람에 기대어 떠다니고


꽃은 하늘이
자신을 버리게 내버려 두었다
슬픔이 내 몸에서 하는 일은
슬픔을 지나가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


자신을 지나가기 위해
슬픔은 내 몸을 잠시 빌려 산다
어린 물고기 몇 내 몸을 지나가고
구름과 하늘과 꽃이 몸을 지나갈 때마다


무언가 슬펐던 이유다
슬픔은 내 몸속에서 가장 많이 슬펐다


※ 언제나 행복한 사람은 없겠죠. 바꾸어서 항상 불행한 사람도 없습니다. 절대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은 아픔도 결국 지나가 버립니다. 이 또 한 지나가리라! 세월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그만큼 성숙하고 단단해질 것 입니다.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오면 그게 행복이란 것도 알게 될 겁니다. 독자님들, 맑은 오늘 되세요/박민규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