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함께 읽는 詩 / 최은묵]  고등어 편지

독자와 함께 만드는 정도일보 / 박민규(수원/(주)효원ENC 전무이사)

 

[함께 읽는 詩 / 최은묵]  고등어 편지

        고등어 편지
               - 최 은 묵

 

택배가 왔다, 두 해 만에
배 가른 고등에 속에
꿔간 돈 십만 원과
늦어 미안하다는 쪽지를 보내온 정호
고등어 뱃속에 접혀 있던
고향 바다를 펼치자
소금에 절여진 옛일이 꿈틀거린다
여비 준 셈 치고 잊고 살았던
십만 원 때문에
정호는 여태 짠맛을 품고 살았나보다
더는 손질이 필요 없도록
가른 뱃속에
짜게 마음을 뿌렸을 정호
바다를 담으려고
얼마나 꾹꾹
택배 상자를 눌러야 했을까
고등어를 굽는다
실하게 품었던 바다가 집안에 퍼진다
이자는 고등어 몇 마리로 대신하자는
편지 끝 구절이
바삭바삭 등껍질에서 쏟아진다

 

*** 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설움을 삼켜야 했을까요. 아무리 애써도 구멍나는 살림살이를 팔자로 돌려보지만, 다른 사람은 모두 잘 사는 것 같아 억울한 적도 많지만, 그래도... 정은 잃지않고 살기를 바래 봅니다. 오늘 저녁은 흰쌀밥에 짭조름한 고등어 얹어 잃었던 밥맛 한번 살려 봐야겠습니다/박민규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