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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기 및 시신 기증은 전 생애로 밝히는 이웃사랑 촛불

한 명의 뇌사자에서 9개의 장기를 추출, 난치·불치병 환자에게는 생명줄

 

한 명의 뇌사자에서 9개의 장기를 추출, 난치·불치병 환자에게는 생명줄

 

[사설/김현섭 편집국장] 지난 15일 김형영(77세) 시인께서 영면에 들었다. 1944년 전북 부안 출생의 고인은 1966년 [문학춘추]에 <소곡(小曲)>으로 등단했으며, 이후 월간 [샘터]에서 기자와 편집부장, [여백미디어] 주간 등의 활동을 하며 시를 썼다.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소설가 김동리로부터 소설을, 서정주, 박목월, 김수영 시인 등으로부터 시를 사사했다. 발인은 17일이다. 하지만 발인도 장지도 없다. 왜냐하면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시신을 기증했기 때문이다. 

 

 시신기증이란 해부학 교육과 연구를 위해 유언이나 유가족의 뜻에 따라 시신을 기증하는 것을 말한다. 시신은 사망 후 방부처리를 한후 해부하게 된다. 또 장기이식은 기존의 방법으로는 소생하기 힘든 말기 질환자의 장기를 정상 장기로 대체해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는 치료법이다. 즉 자신의 사후에 심장, 신장과 같은 자신의 내장 기관을 다른 사람에게 대가 없이 주는 일을 말한다. 댓가 없이 주는 이웃 사랑인 셈이다. 

 

 장기기증은 뇌사 상태에서만 기증을 할 수가 있다. 2016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서약자는 120만 명, 장기이식 대기 환자수는 3만여명이지만 실제 뇌사 후 장기 기증자는 573명이었다. 우리나라 실제 장기 기증자는 인구 100만 명당 8.5명이다. 이는 우리나라와 인구가 비슷한 스페인 35명 보다 훨씬 적은 숫자이다.

 

 통상 한 명의 뇌사자에서 9개의 장기를 추출한다고 가정을 하면 573명의 장기 기증으로 최대 5,167명의 난치·불치병 환자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또한 시신 기증을 통해서는 대학병원 등의 의사 교육 및 질병 치료로 보다 선진화된 의료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의 생전 약속인 장기와 시신 기증을 통해 이웃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장기 및 시신 기증은 본인의 전 생애로 밝히는 이웃사랑이며 마지막까지 스스로의 삶을 사랑으로 승화하는 촛불과도 같다. 촛불은 어두운 곳에서 제 역할을 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란 마지막 떠나는 길에 촛불하나 세상에 밝혀두는 일이 아닐까 싶다. 삼가 고 김형영 시인의 명복을 빌며 그 사랑에 경외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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