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月의 詩人/박선정] 정년 퇴직 후 등단, 주옥 같은 서정시 쏟아내는 '서정 시인'

"등단 이후 갈수록 시쓰기가 어렵고 힘든 길임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중"
시 창작은 과정이 어려운 만큼 성취감도 큰 소중한 작업이자 기쁜 일
코로나19로 힘겨운 분들에게 작은 위로와 힘이 되는 시 쓰겠다


[문화 인터뷰/최창일.원수연.정유미.황은미 기자] 정도일보는 등단 5년 미만의 신인 시인들을 재조명해 그들의 시세계와 일상,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있습니다. 올 해 '2월의 시인, 인터뷰'는 지난 2018년 6월 계간지 '시와수상문학'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박선정(67세) 시인입니다. 36년 공직생활을 정년 퇴직하고 청년 시절 꿈 꾸었던 순수 서정시에 입문해 왕성하게 신작시를 발표하고 있는 박선정 시인의 '시와 삶, 그리고 희망 이야기'를 소중하게 담았습니다.

 

 "하루 하루 전쟁터와도 같았던 우체국 공직생활 36년을 마친 60대에 비로서 저는 그동안 꿈꿔왔던 문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시 창작 아카데미 등을 다니며 소년 시절의 꿈이었던 시쓰기에 매달렸습니다. 다행히 문단 선배들의 격려와 지도 속에 2018년 등단을 했습니다만, 등단 이후 갈수록 시쓰기가 어렵고 힘든 길임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제 꿈은 저의 시가 누군가에게 위안과 희망의 애송시가 될 수 있도록 열심을 다해 시 작업에 정진하는 것입니다." -박선정 시인. 

 

 

 

 

2018년 시와수상문학(여름호) 등단 시

 

문고리 여정(旅程)

 

고향집 대문 여니
정갈한 살림살이
구순(九旬)이 빛난다

 

안방 제대에 모신
성모상에 촛불 밝히고
묵주 돌리며 기도하는 모습
애잔하다

 

육남매 모두 떠난 둥지
홀로 외로움 견디는
꿋꿋한 마음자리 송구하다

 

자식 걱정 앞세우는
어머니 
손때 묻은 문고리
세월이 고스란하다

 

▲계간지 '시와수상문학' 등단 작품 '문고리 여정(旅程)'을 읽으니 왠지 마음이 따스해지며 애잔한 시인의 마음이 절로 느껴집니다. 오래간만에 잘 익은 서정시를 한 편 읽은 기분입니다. 환갑이 넘어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을 하신 만큼 '시 내음'도 성숙함이 느껴지는데, 왜 이렇게 등단이 늦어졌나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과정을 못마쳤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중학교 과정 검정고시와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당시에는 가난이 질병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으니깐요. 그렇게 1978년 우체국 임시직 이후 공채로 들어가 2015년 정년 퇴직을 할 때까지 36년간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퇴직 이후, 앞으로의 삶을 그려보다가 어린 시절 꿈이었던 문학도의 길을 떠올렸습니다. 바로 그 꿈을 위해 시 창작 아카데미를 다니며 꾸준히 시쓰기를 했습니다. 지금도 설익은 시상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농축하는 작업이 힘겹고 어렵지만, 하나의 사물이나 현상, 한 생각을 비유와 은유로 아름답게 승화시켰을 때 큰 희열을 느낍니다.

 

 정년 퇴직을 하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잘 하는 일에 뛰어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속적으로 성취감을 느끼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하고 싶습니다. 늦은 등단 만큼 좋은 시 작품으로로 독자분들 가까이 머무르고 싶습니다. 

 

▲등단을 위해서는 기성 작가분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어느 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출판사 '지식과 사람들' 정병국 선생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연합신문 기자 출신으로 훌륭한 인품과 시와 소설 등 왕성한 창작을 하시는 노익장 원로분이십니다. 췌장암, 갑상선암 등을 극복하실 정도로 자기관리가 뛰어나신 분으로 시쓰기에서 정치와 종교, 철학 등을 배제하고 순수 서정만 고집하고 원하시는 분입니다. 특히 수업 중에 "하늘에 대한 이미지 50개.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 100개를 써봐라. 바로 이미지를 생각하고 쓸 수 있으면 시 쓰는 역량이 갖추어진 것."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시집 출간 계획은?

  원래 올 해 계획으로는 그간 정리해 놓은 등단 전 시와 등단 후 시를 묶어서 상반기와 하반기에 시집 2권을 출간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퇴고 과정을 거치면서 이를 한 권으로 엮어서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 놓는 것이 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현재 열심히 작업 중입니다. 

 

▲그간 여러 곳에 작품이 실리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등단 이후 끊임없이 신작시를 발표했습니다. 제 친정집과도 같은 '시와수상문학'을 비롯해 '다솔문학', 계간 현대문학사조, 시문학 밴드, 다솔문학 동인지 초록물결4집, 신안문학회 '섬새들의 노래' 등 문학 단체의 각종 시화전, 시낭송회를 통해 독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대표시와 신작시 한 편씩 들려 주신다면?

 

춘설(春雪) 
  
새봄은
저만치서
오고 있는데

 

비틀거리는
겨울이 
훼방 놓는다

 

물오른 가지
시샘하여 
슬며시
순백의 눈꽃 
덮어 놓았다

 

터질듯 물 오른 꽃눈에

 

 

한 끼의 식사(신작시)
  
참 소중하다
한 끼 식사

 

누구는 살아가기 위해
밥 짓는 일을 하지만

 

누구는 가느다란 생 
연명하고 영위하기 위해
밥을 먹어야 한다

 

참 귀한 일, 귀한 인연이다

 

늘 되풀이 하는 일이지만
이처럼 귀할 순 없다

 

"식사 하세요"

 

이 한마디가 
꺼져가는 생 되살리고 
살 힘 북돋아 준다

 

참 소중하다
그 어떤 순간보다 귀한
한 끼의 식사는.


▲시인의 재능기부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다양하게 있다는 생각입니다. 강의를 통해 후배 시인을 키우는 것도 한 줄기이고,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공원, 복지시설, 체육시설이나 등산로에 걸개 시화전과 시낭송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평화를 느끼고 그런 세상을 만들 동력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문인 만의 세계가 아닌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인, 그런 문인이 되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지금도 시인의 삶을 꿈꾸는 많은 분들이 계시다. 등단 조언을 해 주신다면?
 제 경우에는 시를 쓰고 싶어서 맨처음 시작한 일이 다솔문학밴드(회장 김현희 시인)에 가입해서 활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김현희 회장님은 시와수상문학에 운영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저를 정병국 대표님 아카데미에 등록을 권유하시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셨었습니다. 특히 다솔문학 회원분들과 백두산, 대만 등 여행을 함께 하면서 자연과 시상 등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비유가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을 들어가야 한다는 옛말처럼 시인이 되려면 시창작 아카데미나 동호회 모임 등을 통해 시인들과 함께 어울리라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물론 시창작을 위한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인 박선정으로 5행시를 짓는다면?
시: 시시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살았지만
인: 인생의 단풍 곱게 핀 것처럼 황혼을 아름답게 맞이 하면서
박: 박식하지는 않지만 진실한 시를 지으려고 열심히 갈고 닦아
선: 선명하고 지혜로운 삶이 영근 좋은 시를 지어서
정: 정감있고 아름다운 독자분들에게 선사하겠습니다.

 

 

▲끝으로 독자들께 하고 싶은 말씀은?

 좋은 시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에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제가 속한 지역사회에서 문학 활동은 물론 재능기부 등의 봉사 활동을 통해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작으나마 위안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해 다소나마 저의 시가 도움 되고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각박한 세상속에서 위로와 사랑의 마음을 서로 나누고 느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시인 박선정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선정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수상문학 운영위원장
-현대문학사조 편집위원
-서울동산고5회 8대 회장
-다솔문학 부회장

 

 등단은 목표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등단을 통해 더 많은 책임감이 주어진다. 좋은 시를 쓰고 이를 독자는 물론 이웃들과 함께 나눌 때 시인의 역량도 한층 성숙된다. 원로시인 김송배 작가는 물을 주제로 한 권의 시집을 낼 정도로 주변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시적 이야기들이 있다. 그런 면에서 박선정 시인 역시 앞으로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하고 흔들림 없는 자기 고유의 시 창작을 통해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이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박선정 시인의 앞날에 건승과 건필을 기원하며 행복한 그의 일상을 응원한다. 최창일/원수연/정유미/황은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