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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 국제교류전 개최

“평화는 당연한 것이 아니에요! 어린이들의 기본권을 지켜주세요!”

 

(정도일보) 서울역사박물관은 War Childhood Museum(관장 야스민코 할릴로비치 Jasminko Halilovic)과 공동으로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 CHILDHOOD UNDER THE SIEGE_Sarajevo 1992-1995' 국제교류전을 5월 4일부터 8월 25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1층)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를 함께 준비한 War Childhood Museum(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박물관)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and Herzegovina, 이하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Sarajevo)에 있는 전문 박물관으로 무력 충돌에 영향을 받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세계에서 유일한 박물관이다.(2017년 개관)

 

박물관 설립자이자 관장인 할릴로비치 관장은 자신과 같이 보스니아 전쟁 동안 포위된 사라예보에서 성장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기억 1,000여 개를 수집하고, 그와 같은 세대의 경험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2010년부터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저서『War Childhood』를 2013년 출판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0건의 다른 분쟁지역에서 6,000여 개의 유물을 수집했고, 사라예보, 키이우, 헤이그, 그리고 뉴욕에 지사를 두고 연구, 전시, 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War Childhood Museum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사라예보 포위전(1992-1995)’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해체, 그리고 인종과 종교적 갈등으로서 서로에게 총을 겨누어야 했던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라예보 포위전을 겪은 ‘사람들’, 특히 포격 속에서도 일상을 살아가야 했던 ‘어린이들’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전시된 유물과 증언은 어릴 적 전쟁을 경험한 생존자들이 기증한 것으로, 전쟁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회복력, 즉 전쟁 중과 전쟁 후 삶의 도전을 헤쳐나가는 어린이들의 힘을 보여준다.

 

전시는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도장 찍기, 리본 묶기, 스티커 붙이기, 끼적이기, 냄새 맡기, 소리 듣기 등 어린 시절 즐겨하던 놀이를 접목한 체험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어린 시절 추억과 마주하게 된다. 평범했던 나의 어린 시절은 이어지는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와 극적 대비를 이루어 전시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사라예보 포위전 2) 보스니아 전쟁(사라예보 이외 지역)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38개 이야기를 통해 전쟁 중 어린이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는 발칸 반도에 위치한 유럽 남동부의 나라이다. 동쪽으로는 세르비아, 북쪽으로는 크로아티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국토 면적은 대한민국의 절반 정도(51.129㎢)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에 속해 있다가, 1992년 보스니아 독립 선언을 계기로 전쟁이 발발했고, 1995년 데이턴 협정의 체결로 보스니아 전쟁은 종결됐다.

 

사라예보 전쟁으로 수많은 어린이를 포함해 11,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살아남은 사람들의 경험에 대한 것이다. 평범한 어린이들과는 다른 일상을 보낸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발레리나를 꿈꾸던 소녀의 발레 슈즈, 기네스 세계신기록에 오른 전쟁 지원품의 포장지, 친구와 나누었던 우정 목걸이, 포탄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 만화책,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맛본 오렌지 껍질을 붙여 놓은 일기장, 포위된 도시에서 물을 떠서 나르던 물통 등 어린이들의 애환이 담긴 전시물이 소개된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지속된 보스니아 전쟁은 사라예보를 넘어 전국의 도시를 파괴하고 민간인 학살이 지역 곳곳에서 일어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무너지고, 인종 청소에 따른 난민과 추방자가 백만 명 이상 생겼으며, 성폭력은 전쟁 무기로 이용됐다. 전쟁이 있었던 약 44개월 동안 매일 100여 명이 사망했다. 또한 UN이 지정한 피난민 주거지였던 스레브레니차(Srebrenici)는 유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대규모 학살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사라예보를 넘어 보스니아 전역에서 1,425일 동안 지속된 전쟁은 사람들의 터전을 모두 파괴했고,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이 끝나고 지금까지 30여 년이 흘렀고 여전히 전쟁의 복구는 더디지만, 전쟁의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전국에서 수집된 전쟁의 기억은 고통과 절망만 남은 현실에서 어린이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보여준다. 오빠가 밀가루 2㎏과 교환한 나의 바지, 전쟁 중 안부를 묻는 편지, 아버지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없어 포토샵으로 만든 가족사진, 보통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증서와 같은 성적표, 지하실에서 가지고 놀던 유일한 인형, 밀랍으로 만든 사과 모양 연필깎이 등 보스니아 전역에서 전쟁을 경험한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어린이날을 즈음하여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과 학생들을 위해 전시 활동지를 제공하고, 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어린이와 장애인을 위해 QR 음성 서비스를 마련했다. 누구나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전시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할릴로비치 관장의 초청 강연 2회가 진행된다. 프로그램의 자세한 내용은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과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다. 5월 8일 오전 10시, 서울역사박물관 1층 제1학습실과 기획전시실에서 국제교류전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 해설이 진행된다. 5월 10일 오전 10시, 서울역사박물관 1층 제1학습실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의 모자이크, 보스니아와 사라예보 그리고 War Childhood Museum에 대한 강연이 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평일 및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매주 금요일은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공휴일을 제외한 월요일은 휴관이다.

 

야스민코 할릴로비치 관장은 “이 전시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이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어린이들의 기본권을 앗아가고 있다. 저와 같이 전쟁으로 고통받은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쟁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전쟁 중 유년기를 보낸 어린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평화의 메시지가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더불어 어린이날을 즈음하여 개최되는 이번 전시를 보고 ‘평화의 소중함’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