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 기자의 횡설수설] 국민배우 유해진, 이제는 책임으로 답할 때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가 침묵과 법적 대응 만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워"

 

 

 

[김현섭 칼럼] 16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주연 배우 유해진씨가 이번에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국민의 관심 한가운데 서 있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인식과 이념 논란이 거세지면서 작품에 출연한 배우 유해진을 향한 비판과 불매 움직임, 자택 앞 집회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영화 한 편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역사와 이념 문제에서 얼마나 깊게 갈라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배우에게 영화의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영화의 시나리오와 연출, 제작과 배급은 여러 사람의 판단으로 만들어진다. 유해진 씨 역시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감독에게 우려를 전달했으며, 감독도 시나리오를 수정했다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 배우라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걸고 참여한 작품에 대해서는 일정한 사회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국민적 영향력이 큰 배우라면 더욱 그렇다. 작품이 개봉된 뒤 거대한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면 ‘나는 배우일 뿐’이라는 말만으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게다가 지금 유해진 씨에게 필요한 것은 법적 대응만이 아닐 것이다. 소속사는 지난 5일 허위사실 유포와 악의적인 인신공격, 사생활 침해와 신변 위협 등에 대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배우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대응이다. 실제 자택 앞 집회와 불매 움직임까지 발생한 만큼 개인에 대한 위협이나 모욕은 분명히 선을 넘은 행위다. 영화에 대한 비판과 배우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반드시 구분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배우의 침묵과 소속사의 법적 대응만으로는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해진 씨가 정말 ‘국민배우’로 남고 싶다면 이제 국민에게 자신의 생각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 논란이 된 작품에 왜 출연했는지,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고민을 했는지, 지금의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판단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할 수도 있어야 한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수 이후의 태도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실패는 없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실패란 영화 한 편의 흥행 실패가 아니다. 국민에게 사랑받아온 배우가 논란 앞에서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고 국민의 신뢰까지 잃는 것이 진짜 실패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필자가 보고 듣는 배우 유해진 씨는 특유의 해학과 미친 연기력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런 그가 ‘왕과 사는 남자’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을 때 모든 국민이 환호를 했었다. 그렇기에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을 둘로 갈라놓는 논란의 한가운데 서게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제 유해진 씨에게 필요한 것은 침묵도, 방어만도 아니다. 국민 앞에 서서 설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는 모습이다. 그것이 이번 홍역을 넘어 다시 국민에게 사랑받는 배우로 돌아가는 길일 것이다. 반쪽짜리 국민배우로 남기에는 유해진이라는 배우의 재능이 너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