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본 유시민 작가는 나흘 뒤 ‘미디어오늘내일’에 출연해 강한 말을 했습니다. “대통령이 진작 말했어야 돼요.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에요.”
저는 이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유시민 작가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공약은 내용만 지키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공약이 무엇을 뜻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과정까지 포함해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2025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국민에게 약속한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였습니다. 이후 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한 개혁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기소를,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이 수사를 담당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됐습니다.
그런데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자신의 당초 구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원래 최대치”는 수사 담당 검사와 소추 담당 검사를 나누고, 법무부 안에서도 수사기관과 소추기관을 분리하는 것이었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그보다 더 나아가 검사는 수사를 하지 못하고 수사기관도 행안부로 분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작가가 충격을 받은 지점은 바로 여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그는 검찰개혁 과정이 왜 이렇게 어렵고 더딘지를 놓고 대통령 주변이나 제도적 저항을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판단이 틀리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당초 구상을 밝히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검찰개혁과 대통령이 처음 생각했던 검찰개혁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었다고 판단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유 작가의 “진작 말했어야지, 국민을 속였다”는 말에서 세 가지 감정을 읽었습니다.
첫째는 대통령이 처음 생각했던 검찰개혁의 수준에 대한 실망감입니다.
둘째는 그동안 검찰개혁이 왜 그토록 힘들었는가에 대한 허탈감입니다.
셋째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당초 구상보다 더 강한 개혁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하는 대통령의 태도에서, 마치 ‘결국 원하는 개혁이 이루어졌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듯한 인상을 받았을 때의 서운함입니다.
물론 이것은 유 작가의 서운함과 실망감이고, 대통령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공약을 지켰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에서 약속은 문장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를 ‘보너스의 약속’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사장이 직원들에게 “이번 일을 잘 마치면 보너스를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직원들은 그 말을 믿고 밤낮없이 일했습니다. 그런데 일이 끝난 뒤 직원들이 기대했던 보너스 100%가 아니라 50%만 지급됐습니다. 직원들은 나머지 50%의 약속도 지켜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국 사장이 직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추가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원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준 거야. 이제 됐지?”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결국 약속했던 돈을 모두 받았더라도 마음 한구석에는 허전함과 실망감이 남을 수 있습니다.
약속은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 약속을 믿고 함께 노력한 사람들의 마음과 과정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유시민 작가의 “진작 말했어야지, 국민을 속였다”는 표현 자체에 동의하느냐를 떠나, 그 말은 굳게 믿었던 신뢰가 한순간 실망과 서운함으로 바뀌는 순간의 아쉬움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유시민 작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전)경기도 의회 의장
현)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현)정도일보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