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열 칼럼] 추미애 지사 12억 관사 논란, 비판에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관사 전세 보증금 12억은 돌려 받는 돈이고, 관사는 도지사 업무 수행을 위한 공적 제공 시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12억 원 관사’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재정 비상 상황에서 공무원 체육대회 예산 1천만 원은 삭감하면서 도지사 관사에는 12억 원을 사용했다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그러나 관사 논란을 판단하려면 먼저 비판의 기준부터 분명해야 한다.

 

첫째, 관사가 공적으로 필요한가.
둘째, 규모와 가격은 관련 규정과 기준에 부합하는가.
셋째, 선정과 계약 과정은 적법하고 투명했는가.
넷째, 도지사의 개인적 요구나 특혜가 개입했는가.
저는 이 네 가지가 논란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추 지사가 특정 지역이나 과도한 평형을 요구하고 통상적인 기준을 넘어서는 주거 수준을 고집해 비용을 높였다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계약 과정에 특혜나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면 철저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12억’이라는 숫자만으로 세금 낭비라고 단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공무원 체육대회 예산 1천만 원과 관사 전세보증금 12억 원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체육대회 예산은 행사성 경비다. 집행하면 소진된다. 반면 전세보증금은 계약 종료 후 반환받아야 할 경기도의 자산이다. 추미애 개인의 재산이 되는 것도 아니며 임기가 끝났다고 가지고 가는 돈도 아니다.1천만 원은 ‘소비되는 예산’이고, 12억 원은 ‘회수해야 할 자산’이다.

 

물론 전세보증금도 자금이 묶이는 만큼 적정성과 안전성을 따져야 한다. 그러나 12억 원 전액을 소비해 없앤 것처럼 표현해서는 안 된다. 추미애 지사가 재정 비상 상황에서 줄이겠다는 것은 불필요한 일회성·행사성·소모성 경비다. 정무직 인사를 최소화하고 업무추진비 사용을 자제하는 것 역시 재정 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하나다.

 

그런 상황에서 성격이 전혀 다른 체육대회 예산과 전세보증금을 놓고 "1천만 원은 아끼면서 자신을 위해 12억 원을 썼다”고 비교한다면 합리적인 재정 비판이라기보다 정치적 프레임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논란을 보면서 저는 과거 경기도 관사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저는 당시 제9대 경기도의회 후반기 의장이었고, 남경필 지사가 기존 관사를 도민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에 반대했던 사람이다. 경기도에는 팔달산 아래 역대 도지사들이 사용해 온 관사가 있었다. 남경필 지사는 이를 사용하지 않고 도민에게 개방하는 공간으로 전환했다. 당시에는 ‘관사를 도민에게 돌려준다’는 정치적 상징성이 있었지만 시설을 새로운 용도로 바꾸기 위한 비용도 들어갔다.

 

이후 도지사 관사가 다시 필요해지면서 별도의 관사를 확보해야 했고, 기존 관사 역시 도담소 등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시 손을 봐야 했다. 저는 당시에도 공공재산은 정치인의 철학이나 이미지에 따라 그때그때 용도를 바꿀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행정수요와 재정효율성을 기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기존 관사를 계속 본래 목적에 맞게 관리했다면 관사를 없앴다가 다시 확보하고, 기존 시설을 반복적으로 용도 변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논란도 상당 부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우리가 따져봐야 할 문제다. 관사는 도지사 개인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다. 업무 수행을 위해 공적으로 제공하는 시설이다. 따라서 추미애 지사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된다.

 

특혜가 있었다면 비판하자.
가격과 규모가 과도했다면 지적하자.
절차가 잘못됐다면 책임을 묻자.
그러나 전세보증금 12억 원을 마치 도지사 개인을 위해 12억 원의 세금을 소비해버린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체육대회 예산 1천만 원과 전세보증금 12억 원을 단순 비교해 ‘내로남불’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예산의 성격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논리 부족이다.

 

비판에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재정이 어려울수록 더욱 그렇다. 숫자의 크기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그 돈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사용되고, 결국 어디에 남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것이 정치적 공방과 책임 있는 재정 비판을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