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김선자가 만난 사람들]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유명청과상회 안영찬씨

28년 과일가게를 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낸 것 감사"

 

 

 

"남수동에 젊은 사람들이 터 잡을 수 있도록 주거·교육 환경의 개선 시급해"

"하루빨리 코로나 질병이 퇴치돼 예전처럼 활기찬 동네와 시장이 되길 기도"

 

[경기=김선자 기자] 골목길 한자리를 차지한 과일향 물씬 나는 곳, 수십 가지 과일들이 서로를 자랑하듯 뽐내고 있는 곳에 나란히 앉아있는 과일가게 안영찬(71세) 사장과 그의 아내 임금분(66세)씨 부부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아니 그보다 어떻게 하면 한 자리에서 28년 동안 같은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삶에 굴곡은 없었을까? 그들의 꿈은 무엇이며 이루고 살고 있는 것일까?


10일 만난 부부의 표정은 밝았다. 28년을 한 장소에서 장사를 해 온 관록도 느껴졌다. 무엇보다 사람을 편안하게 이끄는 분위기가 좋았다.

 

"처음 남수동에서 장을 열게됐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 편이 아립니다. 제가 충북 충주에서 수원으로 이사를 온 이유가 몸이 아팠기 때문이거든요. 몸은 아프지, 먹고는 살아야지... 그래서 시장통 좌판을 하며 힘든 일을 시작했었습니다. 하지만 28년전 지금의 이 가게를 시작하면서 경제적으로 조금씩 나아지면서 생활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었죠"

 

안영찬 사장은 고희를 지났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삶의 훈장 하나하나씩 얻어간다는 것이 아닐까? 건강도 나름 관리를 하며 살아왔다.

 

"지나간 세월의 남수동을 돌이켜 보면, 시장골목은 시골 같아서 좋았고, 이웃 사람들이 참 좋았어요. 제가 사람 사귀는 것을 무척 좋아했었기 때문인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서로 어울려서 그 시절을 보내왔었던 것이죠. 남수동은 제게 제2의 고향... 아니 제 인생의 고향입니다. 이 곳에서 세 자녀들을 다 키웠고, 이젠 손주들 재롱을 보면서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으니깐요." 

 

젊음이란 무엇일까? 청춘의 시절은 너무 짧게 지나갔고, 중장년의 추억 역시 후다닥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어김없이 지역사회를 위한 헌신과 봉사가 있었다.

 

무엇보다 안영찬 사장은 젊은 시절을 보내며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바르게살기위원회 위원장, 방위협의회 총무 및 위원장, 노인정 봉사 등 틈만 나면 동네를 위해 헌신하며 봉사를 해왔다. 봉사의 기쁨을 깨닫고 실천하는 가운데 삶의 기쁨도 배웠다. 남을 돕는 다는 것은 어찌보면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밑거름 같은 것이구나 싶었다.
 
생선가게 사장은 싱싱한 생선을 잘 고른다. 마찬가지로 과일가게 사장은 신선하고 맛있는 과일을 잘 고른다. 그 노하우가 맛있는 과일가게라는 평가를 받게 했다. 안 사장은 가장 좋은 제철 과일을 고를 수 있는 안목 만큼이나 남수동에 대해서도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남수동은 현재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동네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정리가 필요한 곳입니다.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터를 잡고 살아야 발전이 있을 텐데 어린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아쉽습니다. 놀이터도 없고, 교육적인 부분도 열악하고, 주거환경도 부족함이 많아 무엇보다 이 것들이 최우선으로 개선 되어야 해요. 모든 남수동 주민들의 바램이기도 하고요" 

 

흔히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한다. 하나의 가정을 꾸리며 자식들을 키우고 살을 맞대고 살아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부부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와 사랑으로 닮아가는 존재이다. 안영찬 사장의 봉사와 지역사회 활동은 모두 그 부인인 임금분 여사의 지원과 사랑으로 가능했다.

 

이들 안영찬.임금분 부부에게는 현재 작은 소망이 있다. 그리고 그 소망은 소박하고 따스하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와 나라는 물론 수원시가 힘겨운 사투를 하고 있어요. 남수동 시장도 손님이 확 줄어서 매출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힘들 정도로 엉망이 됐지요. 하루빨리 이 코로나 질병이 퇴치되고, 예전처럼 활기찬 동네,와 시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서민들의 이마 위 주름살이 활짝 펴지는 것을 보는 것이 제 꿈이고 소망입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자'는 좌우명을 지키며 살아온 안영찬 사장과 임금분 여사. 그 좌우명 만큼이나 짧은 인터뷰 내내 소박하면서도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들의 행복을 옅보았던 귀한 시간...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바람의 결을 느끼면서, 앞으로도 두 부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다. 특히 자녀와 손주들이 즐겁고 유쾌한 인생을 살아가기를 기도하면서 30년 40년 남수동의 산증인으로 두 부부가 행복하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