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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장안구, ‘배부른 돼지저금통’이 파장동에 온 사연

“어려운 분들께 작은 도움 됐으면...” 예비 여중생 1년 모은 용돈 익명 기부

 

 

 

[정도일보 고정희 기자]  지난 13일 오전 10시, 검은 롱패딩 차림의 앳된 여학생이 할아버지 손을 잡고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행정복지센터에 들어왔다. 그리곤 묵직한 돼지저금통 하나를 두고 순식간에 되돌아 나갔다.

 

담당 공무원이 다급히 따라 나가 물었더니 학생은 “그냥 기부하러 온 거예요. 많진 않지만 어려운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학생은 또 “할머니께서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뭔가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코로나 때문에 힘든 분들이 여전히 많다고 해서 저금통을 생각했어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학생은 이름을 밝히기도, 기념사진 한 장 찍기도 끝내 거절했다.

 

저금통에서 나온 돈은 38만 3540원. 10원짜리 동전부터 꼬깃꼬깃한 지폐까지 꼬박 1년 남짓 용돈을 아껴 모은 것이다. 지난해 초 할머니와 함께 TV에서 이웃돕기 기부 프로그램을 보다가 자신도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성중 파장동장은 “우리 학생의 예쁜 정성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거쳐 우리 이웃에게 전달될 것”이라며 “따스함을 잔뜩 머금고 배부른 돼지저금통 덕분에 저와 우리 직원들 모두의 마음까지 훈훈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