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일보 김제영 기자] 정부가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당분간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예방백신을 접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만 65세 미만의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이하 추진단)은 15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추진단은 오는 26일 요양병원·요양시설·정신요양시설·재활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 및 종사자 27만2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첫 접종에 사용되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제품이다.

추진단은 당초 ‘1호 접종군’으로 예정됐던 만 65세 이상 입소자 및 종사자에 대한 접종은 우선 보류했다. 고령층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는 문제는 접종 유효성과 관련한 임상 정보를 3월 말에 추가로 확인하고,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추진단은 “접종 목표를 달성하려면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고령층에 대한 백신 효능 논란은 국민과 의료인의 백신 수용성을 떨어뜨려 접종률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며 “미국 임상시험 결과와 영국 등 기 접종 국가의 효과 정보 등을 확인하고 예방접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임상시험 결과와 해외 각국의 권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내용, 전문가 자문위원단 회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령자 접종 보류를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유럽 의약품청(EMA)과 영국 등 50개 국가에서 조건부 허가 또는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제품이다. 그러나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65세 미만에 대해서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스위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은 승인 자체를 보류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가하면서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65세 이상의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기재하기로 했다.

다만 추진단은 백신 안전성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추진단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면역원성, 중증질환 및 사망 예방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당초 1분기에 요양시설 노인·종사자 78만명을 접종하기로 한 계획도 일부 수정됐다. 정부는 65세 이상 50만명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65세 미만 27만2000명에게 오는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다는 계획이다. 또 고위험 의료기관의 보건의료인 35만4000명에 대한 접종은 3월 8일부터 시작한다. 방역·역학조사·검사·검역 요원 등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7만8000명에 대한 접종은 3월 22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은 자체적으로 접종을 한다. 또 요양시설은 거동이 불편한 입소자를 고려해 방문 접종을 시행하되 지역별 여건에 따라 보건소에서 접종할 수 있다. 1차 대응요원은 관할 보건소에서 접종한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소중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접종순서에 해당하는 분들은 예방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일부에선 고령층을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정부의 접종 계획이 시작 전부터 흔들리면서 ‘11월 집단면역’ 형성 계획 자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