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방형 직위는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공직에 유치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민간의 전문성과 공공의 책무성을 융합해 시정의 품질을 높이고, 고착화된 조직 문화에 변화를 주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제도 도입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되묻고 있다. “왜 그들은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가?”
용인시 시민소통관 사례는 이 질문의 대표적 사례다. 해당 직위는 5급 상당의 개방형 직위로, 시정 갈등, 다수 민원 조정, 시민 협치 업무를 총괄한다. 중요한 직무지만 임기는 2년에 불과하고, 실적에 따라 최장 5년까지 연장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 1~2년 내 퇴사하거나, 반복되는 임기제 공모로 이어진다. 이는 인사제도와 채용 운영 전반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시민소통관 채용 면접에서는 평가 내용보다 면접 운영의 방식 자체가 문제로 떠올랐다. 6명의 면접위원이 15분간 한 명의 응시자를 평가했다. 실질적으로는 위원 1인당 1~2개의 질문만 가능했고, 응시자의 전문성이나 역량을 드러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질문 수를 채우는 것이 과연 면접의 목적에 부합하는가.
면접의 형식화와 비전문가 면접위원의 참여는 더 큰 문제다. 면접은 통과 의례가 아니라, 인재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한 고차원의 판단 과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 지자체에서는 공기관의 순환 보직 인사담당자, 퇴직 공무원, 지역대학 교수 등이 면접위원으로 위촉되고 있다. 이들은 직무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어도 면접관으로 위촉되면 응시자를 평가하며, 면접전문가 양성과정도 이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에서 적임자를 뽑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필자는 수년간 인사혁신처 면접전문가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다수의 공공기관 채용 실무와 면접관 활동을 수행해왔다. 이 경험을 통해 단언컨대, 짧은 시간 안에 응시자의 역량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편안한 분위기 조성, 구조화된 질문 설계, 질문 흐름의 일관성 유지가 필수다. 그러나 이번 면접에서는 ‘경험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식의 단편적 질문이 반복되며, 경험의 깊이나 역량의 방향성은 검증되지 못했다.
더 우려되는 건 준비의 격차다. 지원자들은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 증빙자료 등을 제출하기 위해 한 주 이상을 긴장하며 준비해 왔지만, 면접위원들은 면접 당일 간략한 모니터 자료만을 훑은 후 질문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즉석 평가’ 방식으로 과연 인재를 존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면접위원장은 면접의 흐름을 조정하고, 질문의 중복을 방지하며, 위원 간 질의 강도를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조율조차 미흡했다. 응시자는 구조 없는 질문 속에서 무기력하게 답하거나, 중복 질문에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단순히 개별 질문자의 문제가 아니라, 면접 시스템 자체가 사전에 설계되지 않았다는 전형적 실패다.
전문가를 선발하려면 면접이 ‘생사를 가르는 자리’라는 각오로 준비되어야 한다. 질문은 지원자의 사고력, 실천력, 기획능력을 끌어내야 하며, 이를 위해 사전 학습과 회의,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면접은 행정의 얼굴이며, 채용은 조직의 메시지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개별 면접위원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용인시 인사위원회, 더 나아가 시장의 인사 철학과 리더십에 그 책임이 있다. 단지 ‘사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과 ‘철학’을 채워야 할 때다.
중국 고전 『서경』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관인용현(觀人用賢), 정국지기야(政國之基也)” – 사람을 알아보고 인재를 쓰는 것이 국가 운영의 근본이다.
인재를 얻지 못하는 조직은 리더가 책임져야 한다. 사람을 가볍게 보는 조직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인생3모작 전문가】는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 인사 및 정책 컨설턴트, 행정 칼럼니스트, 인사혁신처 면접전문가 양성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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