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30일을 맞은 첫 기자회견에서 “인사는 정책 수행을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색깔 사람만 쓰면 위험하다”, “시멘트만으로는 콘크리트가 안 된다”는 상징적 비유도 덧붙였다. 실용성과 조화의 인사 철학을 드러낸 발언이었지만, 국민은 단지 그 언어보다 인사의 맥락과 구성을 통해 정권의 방향성과 진심을 읽으려 한다. 인사는 단순한 업무 지시의 도구가 아니라, 통치의 시작이자 리더십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정권 출범기 인사는 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과거 정부들도 이 인사에서 시작해 정권의 방향을 드러냈다. 노무현 정부는 이상적 지향을 실현하려다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명박 정부는 실용을 내세웠지만 관료 조직과 충돌하며 실행력이 흔들렸다. 문재인 정부는 인사청문회 실패와 검증 논란으로 시스템 신뢰에 타격을 입었으며, 윤석열 정부는 검찰 출신의 편중된 기용으로 “내 사람 챙기기” 논란에 직면했다. 인사는 곧 정권의 철학이고, 리더십의 전략이며, 국민과 맺는 신뢰 계약의 첫 장이다.
이재명 정부는 초반부터 ‘통합형 인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로 노동계, 지역 기반 인사, 정책 전문가들이 주요 직위에 기용되며 다양한 배경과 조화로운 구성의 인사 흐름이 읽혔다. 그러나 일부 검찰 출신 인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정 집단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경우, ‘통합’이라는 철학 자체가 국민 앞에서 설득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처럼 “모두를 만족시키는 인사”는 어렵지만, 국민은 조화의 리더십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예리하게 주시한다.
이 시점에서 성공적인 인사의 기준은 다음과 같이 명료하다.
첫째, ‘다름’을 견디는 리더십이다. 충성보다 역량, 코드보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시멘트, 모래, 자갈이 어우러져야 견고한 구조물이 완성된다는 대통령의 비유는 이 원칙을 함축한다.
둘째, 직업공무원 시스템에 대한 존중이다. 공무원 조직은 정권의 하청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행정 기반이다. 정책의 지속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려면 전문성과 안정성을 중시해야 한다
셋째, 정책 중심의 인사 원칙이다. 누구의 사람인지보다 해당 분야에서 결과를 낼 수 있는지가 인선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동서고금의 역사에서도 확인된다. 『한비자』는 “의심할 바엔 쓰지 말고, 쓸 바엔 의심하지 말라”라고 하며, 인사의 일관성과 신뢰를 강조했다. 조선의 정조는 당파를 넘어 실력 중심의 인사를 실천하며 국정 안정의 기틀을 마련했고,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정적을 내각에 포함시키며 전쟁기에도 국민 통합을 이끌어냈다. 이들의 선택은 지금의 한국 정치에도 깊은 함의를 제공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실용과 통합의 인사 철학은 분명 시대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철학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실행은 결과로 입증되어야 한다. 인사는 통치의 첫 단추이자, 리더십의 자화상이다.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사람’을 엮어내는 조화의 기술이다. 그것이야말로 국가를 이끄는 진짜 통치력이다.
국민은 지금,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어떻게 쓰는지를 통해 그 리더를 판단하려 한다. “인사는 정책의 수단”이라는 말은 이제 실행을 통해 입증될 차례다. 그 선택의 결과가 조화로운 국정, 유능한 리더십으로 이어질 때, 국민은 비로소 그 메시지를 받아들일 것이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는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