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질문은 언제나 비슷하지만, 대통령의 자리가 바뀌면 질문이 던지는 힘도 달라진다. 오는 7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첫 기자회견을 연다. 역대 대통령들이 통상 취임 100일 즈음 기자회견을 해온 관행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번 회견이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단상에 올라 일방적으로 질문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 기자들과 동등한 눈높이에서 마주 앉아 묻고 답하는 방식의 공개 소통이 예고되어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견에 대해 “국민의 궁금증을 수집한 뒤 직접 소통하는 형식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구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광주에서 진행된 시민 간담회의 흐름을 떠올려보면, 대변인이 사회를 맡고 대통령이 중간부터 직접 질의에 응답하거나 진행을 병행하는 즉문즉답 형식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크다. 이는 단순한 형식 변화가 아니라, 정치적 소통의 방식과 리더십의 태도까지 바꾸는 실험적 시도로 해석된다.
기존의 기자회견은 질문자가 통제되고, 응답자는 메시지를 방어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타운홀 형식은 질문의 자유도와 응답의 책임성을 동시에 높인다. 권력은 말을 통해 검증되고, 책임은 실시간으로 발생한다. 특히 응답의 형식 자체가 신뢰의 기반이 되는 시대에,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소통 구조로 정착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회견장의 구성 역시 중요한 상징이 된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회견이 ‘동그란 탁자에 둘러앉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광주 간담회처럼 단상이 없는 원형 좌석 배열과 자유로운 좌석 배치 방식이 더 유력하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일반 테이블에 시민들과 함께 앉아, 직접 질의를 받고 진행을 병행했다. 공간 배치는 권력 구조의 은유이기도 하다. 권위의 상징인 연단이 사라지고, 대통령이 그 자리를 내려와 시민과 눈을 맞추는 방식은 질문에 대한 태도 자체를 바꾸는 신호가 된다.
이 회견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형식보다 진정성 있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감한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질문을 통제하지 않으며, ‘말’보다는 ‘듣는 태도’가 리더십의 핵심으로 작동해야 한다. 아무리 열린 구조라 해도, 응답이 낡은 정치 언어로 채워진다면 국민은 더 이상 감동하지 않는다.
둘째, 회견에서 나온 응답이 실행으로 연결되는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 말에 그치는 응답은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린다. 대통령의 발언이 정책화되고 제도화되는 과정을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은 하루에 끝나지만, 답은 구조가 되어야 한다.
셋째, 소통의 범위를 디지털까지 확장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기자단에 국한된 소통은 참여의 제약을 만든다. 누구나 질문을 제안하고, 회견 이후에도 후속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기반의 참여형 플랫폼이 필요하다. 타운홀의 핵심은 포용성과 확장성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견은 정치·외교·경제·사회 등 국정 전반을 다룰 것으로 보이며, 취임 후 30일간의 국정 운영 방향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완성된 정책이 아니다. 불확실한 시대에도 중심을 잡고 있다는 태도,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 용기, 말한 내용을 실행하겠다는 신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00일 회견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간담회와 비교할 때, 이번 회견은 질문과 응답의 리듬, 권력과 시민의 거리 모두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한다.
대통령이 직접 흐름을 주도하거나, 대화를 병행하게 될 가능성은 형식 이상의 정치적 상징성을 담는다. 사회는 대변인이 보더라도, 대통령이 그 흐름을 직접 가로채는 순간, 기자의 질문은 기성 정치의 검증을 넘어서 국정 공동 설계에 대한 참여로 확장된다.
“민주주의는 끝없는 질문의 기술이다.”
정치는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잘 듣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이번 타운홀 회견이 그 구조를 여는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 대통령이 먼저 말을 바꾸면, 정치의 미래도 함께 바뀔 수 있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는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