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시낭송은 나의 숨, 공기

  • 등록 2022.03.23 04:15:06
크게보기

 

 

 

[조경식 수필가] 나는 사십대 초반에 삶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갑자기 청력장애가 와서 다니던 직장도 못 다니고 하루아침에 막다른 골목길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중증장애인이라 일상생활이 안 된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보청기를 양쪽 귀에 낀 채, 생활하며 늘 삶의 의욕이라든가 자신감이 떨어지고 지극히 예민하고 소심하게 변해가는 성격, 잘 못 듣는다는 수치감에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못할 때가 너무 많았다.  그런 내가 시낭송을 배우면서 그런 아픔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런 상황들이 마치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있는 것처럼 숨죽이며 살아온 내 자신이 무언지 모를 때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이런 고백적 글도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내놓을 수 있는 용기도 시낭송을 하면서 얻은 힘찬 교훈이 되었다. 나만이 아는 트라우마가 극복이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음정 박자를 못 맞춘다. 노래교실을 다녀보기도 했지만 조금도 발전이 없어서 노래는 포기 했다. 그러다 2017년 어느 날, 수원문협 아카데미에서 시낭송 수업이 있다기에 내가 하고 싶고, 동경하던 분야라서 무조건 등록을 하고 수업에 참여를 했다.  그 이후, 이 세상 숨을 제대로 쉬게 해주고 새로운 공기를 새롭게 마시게 해준 시낭송, 하지만 나는 왕초보로서 너무도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이미 시낭송을 잘 하는 프로들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았다. 발음과 호흡, 기본기도 없는 나는 한마디로 열정만 앞서간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싶으면서도 그나마 내가 살면서 많은 시를 가까이 했기에 그리 낯설지 않게 다행히 나만의 감성으로 시낭송의 끈을 잡을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윤동주의 서시’를 낭독했다. 내가 배우고자 하는 열망에 내가 나에게 도취되는 듯 했으나 왠지 수업시간에 소외감을 느꼈던 기억이 생각날 때면 씁쓸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고통이 따르기에 몸이 약한 나는 시낭송도 단번에 하지를 못하고 쉬어야 했다. 두어 달 쉬고 나니 솟아나는 열망에 시낭송 동아리에 참여하고 문협 아카데미 수업에서도 열심히 배웠다. 지금도 훌륭하신 교수님을 모시고 일주일에 한번 아카데미 줌 수업을 한다. 알고 보니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았다. 다행히 암기력이 좋아서 시를 외워서 낭송하는 묘미가 나를 사로잡았다.  학교 다닐 때 내 손에서 시집이 떠난 적이 없듯이 시낭송을 시작하고서는 집에서도 동선이 움직일 때마다 시낭송 교본을 들고 다녔다. 외우다가 틀리거나 막히면 바로 수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거지를 하면서도 낭송을 연습하고 샤워하면서도 수없이 복습을 한다. 특히, 한밤중에 잠자다 깨었을 때 온갖 번뇌가 엄습을 해오지 못하도록 시를 속으로 중얼중얼 외우며 낭송하면 감히 그 어느 것도 나를 침입하지 못한다. 거리를 걸으면서도 옆에 누가 지나가든 말든 신경 쓰지 아니하며 큰 소리로 시낭송을 하며 걸으면 호흡도 잘 되고, 정말 시낭송은 곧 나의 애인이라 말하고 싶다. 운전 중에도 예외 없이 나는 시를 읊조린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숨, 공기이자 애인이 되어준 시낭송을 무대에서 틀리지 않고 잘 하고 내려왔을 때의 희열감은 시낭송을 안 해 본 사람들은 모른다. 시를 보고 낭독하는 것은 그다지 희열감이 따르지 않는다. 한편의 시를 외우고 감정에 충실하며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수없이 반복 연습하며 시의 내용에 흠뻑 취해서 보통 3개월 정도 노력을 해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에 더욱더 성취감을 준다.  언제까지나 나는 이 행복을 느끼며 즐겁게 살아가는 유일한 낙으로 나를 가꾸어 갈 것이다. 삶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것도 결국은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의 삶을 윤기 있게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인생 여정길에 동반자가 되어주고 나를 치유해준 시낭송을 오늘도 힘껏 사랑해준다.  

 

조경식 약력
-수필가, 시낭송가
-수원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회 차장 역임
-「한국작가」수필부문 신인상 등단 
-한국시낭송문학상 본상 수상 
-성남아트센터 청소년백일장 시상식 
오픈 시낭송
ㅡ2015/2017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 선정 작품게시(바다, 홀로서기)
ㅡ2019/2020/2021 수원예술제 시화전 참여

 

편집국 k98snow@naver.com
Copyright © jungdoilbo.com All rights reserved

정도일보 l 등록번호 경기,아51738 l 등록일2017-11-21 l 발행일자 2019-07-18 l 발행인 우병순 l 편집인 우병순 l 보호책임자 김현섭 연락처 010-5865-8117 l 이메일 jdib2017@naver.com l 주소 경기도 화성시 안녕북길 102-4 정도일보 © jungdoilbo.com All rights reserved. 정도일보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