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시각장애인과 장애인들이 투표하게 해주세요!

  • 등록 2022.02.08 07: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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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사시는 중구 회현동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각장애인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하지만 투표장은 주민센터 2층, 훨체어 옮기는 기계나 엘리베이터는 구비되어 있지 않다. 그 오랜 세월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장애인의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이 후진성은 도대체 무엇일까?"

 

[독자 기고/엄경(학원원장)] 시각장애인과 장애인들이 투표하게 해주세요!


우리 이모는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이며 누구보다 나라를 사랑하신다. 


이모는 늘 투표를 하고 싶지만 시각장애인들은 투표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말씀을 하셔서 나는 이모의 말씀을 듣고 너무도 안타까웠다.


첫째, 시각장애인은 혼자 투표장까지 갈 수 없다. 누군가가 데려다 주어야 하는데 돈을 주고 도우미를 구하려면 5만원에서 10만원은 수고비를 주어야 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의 빈곤한 형편 때문에 투표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둘째, 도우미를 구해서 투표장에 간다 하더라도 기표소에 혼자 들어가서 자신이 원하는 후보자에 도장을 찍을 수 없다. 점자(시각장애인들 글자)가 투표지에 표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도장을 어디에 찍을지조차 알수 없다. 같이 간 도우미에게 부탁한다 해도 도우미들 마음대로 찍어버리면 소용이 없다. 또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점자를 모른다. 그래서 투표를 아예 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셋째, 기표소에서 점자를 손으로 읽도록 배려한다 해도 손으로 일일이 만져서 읽고 도장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뒷사람들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항의 소리에 그냥 기표소를 나오게 된다.


올해 75세인 이모는 죽기 전에 투표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하신다.(올해는 내가 목발을 짚고라도 꼭 투표소에 모시고 갈 것이다.)


우리 나라는 선진국이라고 자부한다. 그런데 나라의 대표를 뽑는 일에 정작 장애인들은 참여하기 힘든 상황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에 하지관절 장애자가 된 나도 투표장이 주민센터 2층이고 계단을 올라가야 할 일이 너무 걱정스럽다. 훨체어  옮기는 기계나 엘리베이터는 구비되어 있지 않다.


이모가 사시는 중구 회현동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각장애인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그렇다면 그 오랜 세월동안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장애인의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이  후진성은 무엇인가.


후보자들은 불가능한 공약 남발에만 신경  쓰지 말고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표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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