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 정호승] 산산조각

2021.04.18 04:44:33

 

산산조각 /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 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 네팔 남동부에 위치한 룸비니동산은 부처(싯다르타)가 태어난 곳이다. 불교의 4대 성지인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빚은 부처상이 어느날 시인의 부주의로 산산조각이 난다. 불심이 깊은 시인은 재빨리 순간접착제로 부처의 팔과 다리, 목과 발가락을 붙이다가 깨닫는다. 아니 부서진 부처상이 말을 걸었다. 

 

시인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시인은 이 성찰을 평생 가슴에 품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꺼내보며 위로와 용기의 거울로 삼았다고 한다. 미지의 시간을 두려워 하지 마라. 혹여 자신의 부주의나 실수로 일상의 평화가 깨어질지 모른다고 염려하지 마라. 불행이 닥치면 그 불행을 통해 원치 않은 삶을 견디며 극복하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네 삶의 주체자인 너 자신이다/이재식 충남취재본부 본부장    
 

이재식 jdib20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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