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버렸겠지/ 이연우
아파트 지하 주차장
누군가 은근슬쩍
쓰레기를 버리고 갔다
내가 무심코
"아이고 누가 여기에 쓰레기를 버렸을까?" 그랬더니,
옆에 있던 집사람이
"그야 쓰레기가 그랬겠지"
현답을 준다
*** 사진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한 켠에 버려진 누군가의 양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방문객일까 입주자일까? 여자일까 남자일까? 미성년자일까 중년일까? 시인에겐 이런 물음이 없다. 그저 누군가의 버려진 양심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시인의 부인은 명쾌하다. 그저 쓰레기를 버린 '쓰레기 양심'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쓰레기가 버리고 간 쓰레기일 뿐이라고 한다. 시인은 그런 집사람의 표현에 반짝하고 눈을 뜬다. 시인의 눈으로 보면 누군가의 버려진 양심도 해학을 담은 한 편의 시가 된다. 모든 일상이 시가 되는 시인의 삶이 엿보인다.